[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화해, 타협, 그리고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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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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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이하 독도) 방문 이후 일한 외교전쟁이 과열돼 여름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친서가 반송되고 외무성은 친서 반송을 거부하는 보기 드문 사건도 있었다. 이럴 때 어느 주장이 맞는지 논의해봐야 소용없다. 양측 정부, 국민, 미디어는 제각각의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원에는 양국 간 2가지 큰 ‘인식 갭’이 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다. 이 대통령 자신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일본 측 태도에 화가 나 독도 방문을 결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일한 정상회담 이래 경과를 보면 그 말에 거짓이 없는 것 같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에도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다. 청구권, 어업, 재일 한국인의 법적 지위, 문화재 반환 등에 대해서는 격론을 거듭해 가까스로 타협했다.

당시 교섭을 주도했던 김종필 씨는 이 문제에 관해 “해결 안하는 것으로 해결로 한다”(해결 안하는 것을 그 당시의 해결방안으로 하자는 의미)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에 일본 측 교섭 담당 외무 관료는 “다케시마를 잠들게 하자”라고 표현했다. 문제 해결을 ‘다음 세대에 맡기자’고 하는 의미였다. 끝까지 타협하지 못했기 때문에 양국 교섭 당사자는 “이 문제는 해결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약 30년간 독도 문제의 ‘동결’이 한일 간의 외교적 자산으로 기능했던 것이다.

잠자고 있는 문제를 일깨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무리하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미덕’이 아니다. 문제를 확대해 복잡하게 하고, 타협하려고 하다가 기초까지 파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사태가 특히 그렇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 갭에 대해선 양국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측은 이 문제를 ‘전시(戰時) 여성의 인권문제’로 보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일본군이 위안부의 모집과 도항(渡航), 위안소 설치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를 위한 국민적인 모금운동이 일어났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가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

그렇다면 인식 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본 측은 위안부는 근로정신대(挺身隊)나 징용노동자와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젊은 한국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또 계획적으로 동원했다는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측은 그런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1965년 조약 체결은 ‘화해’의 산물이 아니고 ‘타협’의 결과였다. 그래도 오늘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은 것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따라 수정, 보충됐기 때문이다. 그때 김 전 대통령은 오부치 전 총리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평가함과 동시에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넘어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기초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약속했다. 일한관계가 ‘화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순간이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상대방이 불성실해서가 아니다. 양측 사이에 존재하는 인식 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서는 쌍방이 노력해야 한다. 화해할 수 없으면 타협하고, 타협할 수 없으면 동결해야 한다. 복합적인 상호의존의 단계에 있는 일한 양국에 그 이외의 선택지가 있을까.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한일관계#독도#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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