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12년 일본 정치, 새 罪業을 쌓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일본 정치인들이 위안부 강제연행 책임을 인정했던 19년 전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은 그제 참의원에서 “군위안부가 군에 강제 연행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각료들이 고노 담화에 대해 (존폐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도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자민당이 다시 집권하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등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은 정부 발표를 모두 고치겠다고 강변했다. 고노 담화 부정은 일본 정부가 스스로 쓴 반성문을 찢겠다는 발상이다.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 피점령국에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해도 부족한데 이웃 나라 영토를 탐내고 반(反)인륜 범죄를 두둔하는 새로운 죄업(罪業)을 쌓고 있다. 일본 정치권의 집단적인 이성 마비를 보는 듯하다. 독일은 2차대전의 전쟁범죄를 통렬히 사과하고 새 출발을 한 데 비해 일본은 과거의 잘못에서 헤어나지 못해 피해국의 불신을 사고 국제사회에서 지도국으로 바로 서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고노 담화는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으로 설치됐고, 군이 위안소 설치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힌 발표문을 일컫는다. 일본 정부는 20개월간 조사한 뒤 위안부 모집 이송 관리가 감언(甘言) 강압(强壓)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선 여성을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속이고 억지로 끌고 갔음을 확인한 것이다. 고노 담화는 1992년 요시미 요시야키 일본 주오대 교수가 공개한 ‘군위안소 종업부 등 모집에 관한 건’이라는 제목의 육군성 문서를 계기로 나왔다. 1938년 작성된 이 문서에 따르면 육군성은 중국에 나간 일본군이 선정한 위안소 업자가 유괴와 흡사한 방법으로 위안부를 모집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신중하게 업자를 선정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일본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과거사 전면 부정의 빌미로 삼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부당한지는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에 만들어진 일본 문부성 제작 교과서와 지도로도 확인된다. 1887년 일본 문부성의 출판 허가를 받아 발행된 지리교과서 ‘신찬지지’에는 독도가 울릉도와 함께 ‘조선 땅’으로 표기돼 있다.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 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어제 일본 정치인 724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참혹한 성노예였던 할머니들이 세상을 뜨기 전에 일본 정치인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찾아와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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