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 실세이자 실질적인 권력핵심은 안대희(대검 중수부장)다.” 2003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최병렬 대표는 내부 회의에서 안대희를 이같이 불렀다. 안대희가 주도하는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여야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안대희는 “내가 가진 건 권한이 아니고 의무밖에 없다”고 했지만 수사의 후폭풍은 거셌다.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으로 만신창이가 되자 최병렬은 버티지 못했다. 박근혜가 그 뒤를 이어 ‘천막당사’의 문을 열었다. 그래서 안대희가 한나라당 쇄신의 ‘일등공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등공신’은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안대희는 대통령 노무현과 사법시험(17회) 동기생이지만 당시 여권도 수사의 칼끝을 비켜가지 못했다. 안대희는 대선자금 수사 직전에 나라종금 사건을 처리하면서 ‘노무현의 오른팔’인 안희정에 대해 법원에서 모두 기각당했지만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청구했다. 노무현은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 “(검찰이) 문지방을 두 번이나 넘어왔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섭섭함의 토로였다. 노무현 재임 중 검찰총장은 또 다른 동기생인 정상명이 됐고 안대희는 좀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대희는 ‘검찰 몫’ 대법관으로 옮겼다.
▷안대희는 보수적 성향이 뚜렷한 편이었다. 대법관 시절 이념지형으로 보면 안대희가 ‘오른쪽’ 끝에 있고, 김영란(현 국민권익위원장)이 ‘왼쪽’ 끝에 서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대법원 주변에서는 두 사람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일부러 다른 메뉴를 시킨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안대희가 평소 존경하는 검찰 선배로 꼽는 심재륜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심재륜은 “선거용 입당이 아니라 이 후보의 단호한 부패척결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대희가 대법관 퇴임 48일 만인 27일 박근혜의 요청을 받아들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직을 맡은 것도 비슷해 보인다. 야권은 “정치중립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난하지만 안대희는 “(위원장직 수락은) 당리당략이 아니라 나라와 대의를 위해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안대희의 변신이 성공할지는 앞으로 새누리당 주변 비리 의혹을 어떻게 감시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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