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마트TV의 시대다. TV 수상기에 웹 구동 운영체제를 탑재해 TV와 인터넷의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지능형 차세대 멀티미디어인 스마트TV.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무너지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이 기기는 방송통신 융합 미디어의 종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1956년 HLKZ-TV가 화재로 소실되고, 1961년 12월 31일 서울텔레비전방송국(KBS-TV 전신)이 개국한 이후 반세기 만의 변화다.
화신산업주식회사의 웨스팅하우스 TV 판매광고(동아일보 1962년 2월 21일)는 “테레비(텔레비전)는 Westinghouse”라는 헤드라인 아래, 테-불(테이블)형 23인치와 19인치 및 포-타불(포터블)형 19인치 상품을 소개했다. 규격으로 인치(inch)를 쓰지 않고 인치를 뜻하는 ‘촌((두,촌))’으로 표기하면서 ‘세계적 기준에 따라 TV를 선택하라’며 다음과 같은 보디카피를 제시했다. “테레비의 부피가 엷(얇)고, 화면이 평면에 가까우며, 화면이 장방형(長方形·내각이 모두 직각이고 가로세로의 길이가 다른 네모꼴)이고, 대형 스크린이어야 하며, 근거리 시청에도 지장이 없도록 보안장치(Tinted Filter)가” 있어야 한다는 것.
보디카피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는 요즘 TV의 선택 기준으로 적용해도 타당하니 놀랍다. TV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상한 셈인데, 그 예상대로 TV 기술력이 발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TV 방송을 시작했던 1962년 무렵에는 TV 수상기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해 정부는 수입 TV 수상기를 두 차례에 걸쳐 면세로 도입해 월부로 보급했다. 효창공원 축구장에서 10개월 월부로 TV 주문 신청을 받는다는 행사고지 광고 내용은 그런 정책이 반영된 증거다.
스마트TV 시대에는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TV를 시청하고, TV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TV 방송은 지난 50여 년 동안 써먹어온 영상 문법을 넘어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미디어 플랫폼이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결국은 내용이다. 시청자들은 콘텐츠의 구성력에 따라 밀물처럼 혹은 썰물처럼 반응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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