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가 제26회 인촌상 교육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과학고는 1989년 특수목적고로 개교한 이래 국제올림피아드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2009년 영재학교로 전환한 뒤 최근 3년간 획득한 금메달은 30개에 이른다. 한국이 올해 사상 최초로 종합 1위에 오른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대표 6명 가운데 5명, 종합 4위의 국제물리올림피아드 대표 5명 가운데 4명이 서울과학고 학생이었다. 서울과학고의 인촌상 수상은 개교 이래 한국의 과학인재 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실력 양성이 독립의 길”이라고 했던 인촌 김성수 선생의 교육정신에 부합하는 수상이다.
서울과학고는 영재학교 전환과 함께 학생선발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더욱 비상하고 있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되면서 수학 과학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무학년 졸업학점제, 연구중심 교육과정,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한 특별프로그램은 서울과학고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학생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창의력과 탐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학교와 교사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과학고를 둘러싼 여건은 만만치 않다. 과학고를 나와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의학도 인체를 탐구하는 과학이기에 의대 진학을 무조건 배격할 일은 아니지만 그 비율이 너무 높다. 이공계의 향후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은 데다 안정적 직종인 의사에 대한 사회적 선호 현상이 학생들을 의대로 끌어들이고 있다. 엘리트 교육을 시샘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서울과학고가 개교 23년의 성년이 된 만큼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자 배출에 머물지 않고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 리더를 많이 길러내야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정부는 이공계 지망생들이 큰 꿈을 펴나갈 수 있도록 과학기술 분야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영재 육성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미국은 영재교육법을 만들고 주(州)마다 영재교육기관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 수학과학고등학교와 이스라엘 예술과학고등학교는 국가가 영재교육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사례다. 서울과학고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사람을 길러낼 것이 아니라, 인성 리더십과 함께 확고한 국가관을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다른 과학고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