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의 분신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하기 2년 전인 1970년에 일어났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화해와 통합 행보 차원에서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려다 유족들의 거부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저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유신은 단순히 과거사가 아닌 모양이다. 작가 공지영은 최근작 ‘의자놀이’에서 자살한 쌍용차 노동자들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 서막처럼 전태일의 죽음을 거론한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특별위원장은 박 후보가 쌍용차 노동자들도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내가 찾아가고 손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한 독재자의 발상”이라며 “화해를 하려면 먼저 무엇이 다른지 그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유신은 박정희의 장기집권욕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정희 자신은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기를 들어 유신을 했다. 후대에 유신을 경제적으로 설명하려는 사람들 중에서 옹호하는 측은 1, 2차 경제개발에 이은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한 정치력 집중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반면 비판하는 측에서는 경제 위기를 폭력적인 노동 탄압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은 유신에 대해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옹호했다. 그는 앞서 5·16에 대해서는 “태조의 조선 건국은 정몽주에게 물으면 역성혁명이지만 세종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쿠데타와 혁명은 큰 차이가 없는 말”이라고 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홍 전 의원의 유신 옹호 발언을 “국민을 무슨 행복한 돼지로 보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5·16을 군사혁명이라고 하면서 유신을 비판하기 어렵고, 또 유신을 비판하면서 5·16은 쿠데타가 아니라고 하기 힘들다. 박 후보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야말로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봤다. 자식이 아버지를 넘어서지 않으면 자식은 아버지의 세계에 머물고 만다. 아버지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가족의 윤리다. 치자(治者)가 되려는 사람이 가족의 윤리에 사로잡혀서는 곤란하다. 박 후보가 5·16과 유신을 자식의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날 때 국민이 눈에 들어오고 국민통합의 길도 새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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