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중고교에는 학생의 진로를 지도하는 진로진학 상담 선생님이 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상담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생님의 학생이 부모에게는 자식이고, 학생의 진로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가 좋아하는 쪽으로 진로를 안내하기보다 자신의 선호를 자녀에게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꼭 뭐가 되어야 한다며 강요하니 자녀들은 따분해한다. 저 1960년대, 부모들이 학생이었던 시절 집에서 따분해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면, 지금 부모들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칠 터.
평문사의 자녀교육백과 광고(동아일보 1965년 11월 17일)는 “가정은 따분하다고 몸부림치는 자녀들의 교육에 새 방향을 제시하는, 부모들의 필수 독본”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자녀교육백과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장 박종홍 박사를 비롯한 명사 일곱 분의 추천을 소개하는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전문가 여덟 분의 서평까지 덧붙이고 있다. 대부분이 진로교육 지침서로 손색이 없다는 찬사 일색이다.
윤태림은 “가정은 따분하다고 자녀들은 외친다. 과연 10대의 반항은 이유 없는 것일까? 그들의 정신세계를 연령에 따라 분석 검토함으로써 건전한 성격 형성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백현기는 “입시의 문은 지옥의 문, 이를 통과하기엔 부모들의 피맺힌 노력이 요청된다. 그러나 소경이 소경을 인도할 수는 없다. 자녀의 필승을 위해 부모로서 알아야 할 진학, 진로의 안내서”라고 했다.
그로부터 50여 년, 그런데도 진로교육이 더 필요해 보인다. 여러 학교에서는 진로교육 전용 교실인 ‘커리어존(career zone)’을 운영하고 있다. 커리어존은 교육과학기술부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관심 분야이기도 하다. 상담교사가 열성적으로 진로교육을 해도 부모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진로교육은 학생보다 부모가 먼저 받아야 할 것 같다. 자녀와 부모의 희망이 일치했을 때는 별 문제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자녀의 의견이 먼저다. 부모들이 알고 있는 직업 말고도 해마다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한다. 이러저런 직업에 대해 부모가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자녀의 진로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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