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어제 진화론에 대해 “현대과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론이므로 과학수업에서 모든 학생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진화론에 맞서 창조론을 옹호하는 기독교단체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가 작년 12월과 올 3월 “진화론은 가설(假說) 수준의 이론이므로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청원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데 대한 과학계의 공식 반응이다.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한국이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항복했다’는 기사를 실으면서 이번 논란은 국제적인 관심거리로 비화했다. 화석의 존재, DNA의 발견으로 세계 학계에서 진화론은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 진화론은 19세기 찰스 다윈이 주창한 이래 사회과학과 인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학생들이 진화론을 배우지 않으면 세상의 많은 현상을 놓치게 된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진화론 연구의 최신 성과를 교과서에 반영하지 못했던 과학계의 잘못도 있다. 일부 교과서는 원시적 조류 중 하나인 시조새를 조류 또는 파충류에 가까운 ‘유일한 중간종’으로 오해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다양한 원시조류 화석을 함께 소개할 필요가 있다. 말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직선형’ 진화도를 사용한 것도 잘못이다. 진화의 방향에는 목적이 없으며 생물은 생존에 적합하도록 진화한다는 것이 검증된 사실인데도 낡을 대로 낡은 ‘직선형’ 진화도를 게재했다. 교과서의 진화론 서술에 미흡한 내용은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계가 그것을 빌미로 진화론 자체를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