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와 김밥이 달리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 햄버거가 이긴다. 왜냐하면 패스트푸드니까. 어린이 사이에 최근 유행하는 유머다.
패스트푸드는 무엇이 빠른(fast) 걸까?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 햄버거를 만든 맥도널드 형제는 처음에 자동차 식당을 운영했다. 1930년대 들어 미국에서 자동차가 대량생산되고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건설되자 갈 길 바쁜 자동차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Drive-in) 햄버거를 사서 운전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빨리 사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음식을 원하는 젊은 고객이 늘어나자 맥도널드는 생산방식을 혁신했다. 25가지나 되는 메뉴를 햄버거 등 9가지로 줄이고, 포크나 접시 같은 무거운 식기를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으로 바꿔 버렸다. 또 불만이 많은 요리사와 여자종업원이 아예 필요 없는 주방 라인을 설계했다. 종업원은 조리의 특정 공정만 맡도록 하고 손님은 셀프서비스에 만족하도록 했다. 당시 자동차 공장에 유행하던 테일러 시스템과 포드 시스템을 주방에 도입한 것이다.
미국의 메리엄웹스터 출판사가 1951년 ‘신속하게 만든 음식’ 또는 ‘즉석에서 제공하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패스트푸드(Fast Food)라는 단어를 웹스터 사전에 올리면서 본격적인 패스트푸드의 시대가 열렸다. 패스트푸드의 역사를 연구하는 존 러브는 ‘노동자 계급이 드디어 레스토랑에서 아이들에게 밥을 사 먹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패스트푸드가 노동자 계급에게 레스토랑의 문을 열어 주었다면,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은 백화점의 문을 열어 주었다. 패스트푸드가 출퇴근이나 출장길에 든든한 끼니를 때워 줬다면, 패스트패션은 출퇴근이나 출장길에 근사한 옷을 바로 걸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유명 모델이나 인기 연예인이 선보인 최신 패션을 며칠 뒤에 흉내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빨리 사서 쉽게 입을 수 있는 저렴한 옷을 원하는 젊은 고객이 늘어나자 생산, 유통 방식에서 혁신이 일어났다. 이른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다. 의류의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의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제조, 유통 일괄 방식이다. 매장의 점원은 옷을 골라 주거나 치수를 재 주지 않는다. 손님이 옷을 고르고 입는 데는 오히려 무관심한 편이다. 점원은 손님을 안내하고 옷을 정리하는 역할만 한다.
콘텐츠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사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저렴한 콘텐츠를 원하는 젊은 고객이 급증하면서 콘텐츠에서도 생산, 유통 방식의 혁신이 일어났다. 음악 영화 책 같은 콘텐츠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대량으로 생산, 유통되는 것은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선도한 기술혁신의 결과다.
패스트푸드에서 영양가가 떨어지면 정크푸드(Junk Food)가 되듯이, 패스트콘텐츠에서 품질이 떨어지면 정크콘텐츠가 된다. 대형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니는 원산지(출처) 불명의 쓰레기 같은 콘텐츠들이다. 최근 빈발하는 성폭력 사건은 이런 쓰레기 콘텐츠를 ‘과다 섭취’한 결과다. 올해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 쓰레기 콘텐츠들이 쏟아질 것이다. 서둘러 건전한 패스트콘텐츠를 발굴하고 건강한 시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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