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이 4일 오전 전화를 걸어와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이 협박했다는 내용은 1999년 안랩(안철수연구소)이 산업은행 투자를 받았을 때 투자팀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과 안 교수가 음대 출신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친구 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시중에 떠도는 여러 의혹에 잘 대비해야 할 것이고, 새누리당 공보위원으로서 앞으로 안 교수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으니 잘 이해해 달라는 취지로 의례적인 말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어느 쪽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가리기 어렵다. 정 위원은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 이후 새누리당 공보위원 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금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정 위원 개인의 돌출행동인지, 아니면 새누리당 지도부와 관련이 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금 변호사는 “정보기관과 사정기관의 조직적인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 측에 전달되고 있지 않느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는 주장도 했다. 민영 통신사인 뉴시스는 지난달 25일 ‘경찰이 안 교수의 단란주점 출입과 여자관계를 뒷조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뉴시스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정보기관 등이 안 교수를 불법적으로 뒷조사하고 그 내용을 외부로 흘렸다면 이 또한 엄중한 사태다.
그러나 금 변호사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언론을 통해 동시 취재가 이뤄지는 것도 상당한 의심이 든다. 일부 언론 뒤에서 거대 권력이 상황을 지휘하고 있지 않나 의혹이 든다”고 말한 것은 터무니없다. 최근 언론이 보도한 안 교수 관련 사안은 룸살롱 출입,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산업은행의 투자 의혹, 재벌 2세와 벤처기업인들의 친목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와 안 교수의 관계,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운동, 사당동 ‘딱지 아파트’ 매입, 포스코 사외이사 행적 등이다. 보도 내용들이 안 교수에게 아프고 불리하다고 해서 아무 근거도 없이 어떤 음모가 개입된 양 공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안 교수가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면 언론의 역할을 이해하고 검증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안 교수 측이 자주 쓰는 ‘그건 오해’라는 식의 대응은 안 교수가 강조하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 대선 주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필요하다. 국민은 대선 주자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깊이 있는 검증은 선거 민주주의의 필수조건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인사가 검증을 회피하고 막연한 이미지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한다면 설혹 당선되더라도 본인과 국정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