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사퇴 위협’ 공방과 안철수 검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이 4일 오전 전화를 걸어와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이 협박했다는 내용은 1999년 안랩(안철수연구소)이 산업은행 투자를 받았을 때 투자팀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과 안 교수가 음대 출신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친구 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시중에 떠도는 여러 의혹에 잘 대비해야 할 것이고, 새누리당 공보위원으로서 앞으로 안 교수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으니 잘 이해해 달라는 취지로 의례적인 말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어느 쪽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가리기 어렵다. 정 위원은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 이후 새누리당 공보위원 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금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정 위원 개인의 돌출행동인지, 아니면 새누리당 지도부와 관련이 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금 변호사는 “정보기관과 사정기관의 조직적인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 측에 전달되고 있지 않느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는 주장도 했다. 민영 통신사인 뉴시스는 지난달 25일 ‘경찰이 안 교수의 단란주점 출입과 여자관계를 뒷조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뉴시스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정보기관 등이 안 교수를 불법적으로 뒷조사하고 그 내용을 외부로 흘렸다면 이 또한 엄중한 사태다.

그러나 금 변호사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언론을 통해 동시 취재가 이뤄지는 것도 상당한 의심이 든다. 일부 언론 뒤에서 거대 권력이 상황을 지휘하고 있지 않나 의혹이 든다”고 말한 것은 터무니없다. 최근 언론이 보도한 안 교수 관련 사안은 룸살롱 출입,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산업은행의 투자 의혹, 재벌 2세와 벤처기업인들의 친목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와 안 교수의 관계,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운동, 사당동 ‘딱지 아파트’ 매입, 포스코 사외이사 행적 등이다. 보도 내용들이 안 교수에게 아프고 불리하다고 해서 아무 근거도 없이 어떤 음모가 개입된 양 공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안 교수가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면 언론의 역할을 이해하고 검증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안 교수 측이 자주 쓰는 ‘그건 오해’라는 식의 대응은 안 교수가 강조하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 대선 주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필요하다. 국민은 대선 주자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깊이 있는 검증은 선거 민주주의의 필수조건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인사가 검증을 회피하고 막연한 이미지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한다면 설혹 당선되더라도 본인과 국정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안철수#사퇴 위협#안철수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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