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효과란 어떤 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 낙인을 찍으면 그 사람이 점점 더 나쁘게 변해가는 현상을 말한다. “나쁜 아이”란 비난을 받고 자란 아이는 자라서 정말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를 칭찬하면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점점 더 잘하려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좌파 교육감들은 학교폭력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반대하는 이유로 가해학생들에게 ‘낙인효과’를 갖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학교폭력엔 충격요법 필요
최악의 문제학생이라도 부모와 교사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절대 너를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라는 교사의 수기를 읽고 크게 감동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소한 일탈행위에 쉽게 낙인을 찍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에는 낙인효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잘못을 저질러도 벌 받지 않는 아이들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잘못을 고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가치인가는 시대상황이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학교폭력에 수많은 아이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는 지난해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정부가 2월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지난달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중간삭제 제도 또는 졸업 전 삭제 심의제도 등 보완책 마련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이를 근거로 전북 경기 강원 광주교육감이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라고 지시하면서 수시모집 마감을 앞둔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폭력의 가장 큰 특징은 피해자는 생사를 고민하는 고통을 호소하는데 가해자는 “장난으로 그랬다”라는 시각차다. 피해자로선 팔짝 뛸 일이지만 요즘 대다수 아이들이 이렇게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아이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충격요법을 쓸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입시 반영이다. 이 방안이 이슈가 되는 현상 자체가 학생부의 위력을 보여준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는 입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인식과 행동의 전환을 요구할 것이다. 실제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학부모 학생 교사의 80% 안팎이 학교폭력 기재가 “학교폭력 근절에 도움을 준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번 파문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좌파 교육감의 피해자 인권에 대한 시각의 결여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가 폭력적 대책”이라고 말했는데 본인이나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인권은 진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김 교육감은 체벌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까지 만든 사람이다. 어째서 학교폭력 피해자의 인권에 대한 시각은 그토록 부족한지 모를 일이다.
입시 볼모로 한 학생부 투쟁
하필이면 학생부 기재 거부투쟁이 수시모집 1차원서 접수를 앞두고 벌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어제(7일)가 학교장이 수시모집 전형자료로 사용되는 학생부 승인을 완료하는 날인데도 교과부와 일부 좌파 교육감의 갈등 탓에 상당수 학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도 상승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수용한 장만채 전남교육감 부속실을 점거했다. 입시를 볼모로 한 학생부 기재 거부 투쟁의 배후에 전교조가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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