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7월에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다른 비리에 연루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측근들도 줄줄이 수감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는 미국의 고급 아파트를 사기 위해 13억 원을 불법 송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는 기소를 면했지만 결백한 것은 아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민주화 이후 정권이 5번 바뀔 동안 지속되고 있는 대통령 주변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단절하자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는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에 대해 현장조사와 계좌 추적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특별감찰관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입법안에는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대해선 직무 관련성에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엄단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주변 친인척들을 겨냥한 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고강도 반(反)부패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여야 대선주자의 반부패 경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의원은 “반부패는 다음 정권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후보 미확정으로 당 차원의 세부안은 눈에 띄지 않지만 놀랄 만한 반부패 공약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선을 긋는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 여야 대선캠프에는 후보 주변의 실세나 친인척에 줄을 대려는 인사들로 북새통이다. 이들은 은근히 집권 후 인사에서 보상을 바라고 뛸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 친인척 및 측근이 대통령 후보 주변에서 힘을 쓰면 집권 후 법치(法治)보다 인치(人治)가 기승을 부리기 쉽다. 반부패 공약의 첫걸음은 여야 대선후보 캠프부터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독립기구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강도 높게 말했지만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규제하는 것보다는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야당 대선주자들도 새누리당의 공약을 뛰어넘는 반부패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선주자들은 지긋지긋한 친인척 및 측근 비리의 악순환을 끊으라는 시대적 요구를 수용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