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남성들이 실패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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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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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지난 수십 년간 교육을 많이 받으면 보수도 늘어 금전적 보상이 있었는데 남성들은 이런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초중고교에서 남학생의 학업 성적은 갈수록 뒤떨어지고 있다. 성적표의 4분의 3을 D와 F학점으로 채울 정도다. 대학에서는 학사학위의 40%, 석사학위의 40%만이 남학생 차지다.

노동시장에서도 남성은 뒤처지고 있다. 1954년에는 25∼59세 미국 남성의 96%가 직업을 가졌지만 지금은 80%로 급감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한창 일할 나이의 남성의 연간 소득은 지난 40년간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자녀양육 문제로 회사를 떠나 여전히 직장 사다리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남성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 지도자가 늘고 있다. 20대 여성은 20대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며 성장이 가장 빠른 직종 15개 가운데 12개에서 여성인력 비율이 높다.

오늘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조용히 앉아서 학교수업에 집중하고 감정적으로 섬세하며 전후맥락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원활한 의사소통도 중요하다. 그런데 유전학적 문화적으로 남성은 이런 점에 취약하다.

최근 흥미로운 신간 ‘남성의 종말’을 쓴 언론인 해나 로진은 융통성을 강조했다. 여성은 새로운 나라에 정착한 이민자와 같이 새로운 사회적 맥락을 살피고 새로운 상황에 융통성 있게 적응한다. 반면 남성은 몸은 옮겨왔지만 마음은 두고 온 이민자처럼 예전 국가의 언어를 쓰고 예전 관습만을 고집한다.

이는 남녀의 선천적 특성이라기보다 사회적 위치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예전 체제의 리더들은 사회 위치가 바뀌어도 예전 방식에 집착하려고 한다. 반면 체제 밑바닥에 있던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을 즐기려는 성향이 크다.

로진이 앨라배마 주에서 만난 여성 노동자들은 대학에서 재교육을 받고 경력을 쌓으면서 새로운 직업에 능동적으로 뛰어들었다. 반면 남성들은 새로운 환경에 처해도 전혀 관심을 두지도, 대학으로 돌아가 교육을 받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어번 오펠리카’ 지역 여성 노동자들의 평균소득은 남성보다 40% 높았다.

대학 캠퍼스에서도 여성들은 새로운 사회 방식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흔히 남성들이 대학 캠퍼스의 ‘훅업(hook-up) 문화’를 활용해 성생활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로진은 여성들이 훅업 문화를 더 선호한다고 주장한다. 훅업 문화 덕분에 여성이 커리어를 쌓을 시간을 뺏기지 않으면서 손쉽게 섹스하고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로진은 여성이 남성보다 지금의 경제시스템에 훨씬 더 탄력적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자영업자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경기침체 동안 여성이 운영하는 소기업은 남성이 소유한 소기업보다 성과가 좋았다. 금융 분야 이직자 조사에서도 여성은 성과가 오른 반면 남성은 떨어졌다. 이혼 이후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25%나 올랐다는 조사도 있다.

여성이 글로벌 성(gender)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로진의 주장이 맞다면 남성들은 그들의 의지를 세상에 강요하는 ‘아킬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성은 오히려 술수에 뛰어나고 다방면으로 경험이 있는 ‘오디세우스’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남성은 그들이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먼저 인정해야 한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노동시장#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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