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성범죄자가 공개한 ‘퇴치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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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북부교도소(구 청송교도소)에 복역 중인 한 성범죄자가 얼마 전 경찰관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제목은 ‘성폭행 피하는 방법’. 그는 요즘 성범죄가 너무 창궐해 피해자가 그만 나오길 바라며 편지를 썼다고 했다. 그는 ‘지하주차장에서 자동차 리모컨 키를 멀리서 누르지 말라’고 강조했다. 여성이 자기 차로 향하며 내는 ‘삑’ 소리는 성폭행 대상을 물색하는 자들에게 “나 잡아보라”고 외치는 격이라는 것이다. 범인들은 옆 차가 제차인 양 어슬렁대다 여성이 차에 타는 순간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가 칼을 들이댄다. “요즘 투스타(성범죄 전과 2범) 스리스타(3범)들이 공유하는 비법이죠.”

▷그는 성범죄자와 맞닥뜨렸을 때 대처 요령도 소개했다. 성범죄자가 팔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에 있다면 소리 지르며 도망치라는 것이다. “그놈들은 주변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여성을 쫓아가진 않아요. 어차피 범행 대상이야 널려 있으니까.” 피해자가 이미 잡힌 상황이라면 상대를 자극하지 말고 차분히 도망갈 기회를 노리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성범죄자는 앞으로도 범행을 계속하려 하기 때문에 무모한 일은 절대 안 합니다.”

▷일곱 살 여아를 납치 강간한 고종석도 영리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그는 집까지 들어가 납치한 이유를 묻는 수사관에게 “그래야 안전하다”고 했다. 피해자 부모를 ‘매형’ ‘누나’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여서 도중에 걸리더라도 “애들 보러 왔다”고 둘러댈 참이었던 것이다.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한 지 13일 만에 또 성폭행을 시도하다 주부를 살해한 서진환은 자기 집 반경 2km 이내에서만 범행을 했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집에서 2km 이상 떨어지면 집중 감시대상이 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경찰은 흉악범죄를 막겠다며 불심검문을 강화했다. 지난 주말 서울 몇몇 지하철역 앞에 ‘검문 중’이란 푯말이 세워졌고 경찰차 경광등도 번쩍거렸다. 흉악범들은 멀리서 바라보고 비켜갈 것이다. 경찰은 인권침해 논란을 의식해 검문 대상과 장소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답을 미리 알려주고 문제를 내는 꼴이다. 충북 청주에서 20대 여성을 강간 살해한 곽광섭은 경찰 특별방범 기간에 범행을 했다. 여성들은 경찰만 믿고 살 수 없으니 감옥의 성범죄 전과자가 알려주는 요령이라도 참고해야 할지 모르겠다.

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
#성범죄자#대처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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