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일화 장기공연’으로 대선 본질 흐리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의 대통령선거 후보로 문재인 의원이 결정됐지만 대선 국면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해도 문 후보와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현 단계에선 예상하기 어렵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5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대통령선거를 다섯 번이나 치렀는데도 우리의 선거민주주의는 여전히 허약한 구석이 많다. 여야가 일찌감치 대선 후보를 내세워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치는 모습을 볼 때도 됐건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문 후보와 안 교수가 단일화 없이 끝까지 각자 출마를 고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게 해서는 누구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를 한다면 정치적 담판이나 여론조사, 경선 가운데 어떤 방식을 채택할지, 그리고 두 사람 가운데 누구로 단일화가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더구나 단일화 시점도 안갯속이다.

이들은 10월 한 달간 각기 정치적 행보를 통해 지지율 높이기 경쟁을 벌인 뒤 11월쯤 단일화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 때처럼 대선 후보 등록(11월 25∼26일) 시점에 단일화를 성사시켜 극적인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야권은 단일화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국민 시선을 집중시켜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하지만 ‘단일화 장기공연’ 때문에 국민이 정책토론 등을 보면서 여야 후보를 꼼꼼히 비교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권 행사를 어렵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1년 전부터 각 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시작되고, 대선 5개월 전쯤이면 여야의 대진표가 확정된다. 이때부터 여야 후보는 전국을 순회하며 자질과 정책을 겨루는 본격적인 경쟁을 벌인다. 국민은 어느 당의 후보에게 정권을 위임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더 나은지 판단하게 된다. 다른 선진 민주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정당 및 야심가들의 이합집산과 간판 바꿔 달기, 후보 단일화 같은 정치공학적인 선거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문 후보와 안 교수는 어차피 단일화를 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단일화의 시기를 늦추는 선거공학은 대선의 본질을 흐려놓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이 말하는 ‘새로운 정치’도 아니다.
#민주통합당#문재인#안철수#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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