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형삼]파출소 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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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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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낮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골드만삭스 본사 앞. 서너 명의 건장한 경찰관들이 짧은 치마 차림의 가냘픈 여성을 꿇어앉힌 뒤 우악스럽게 팔을 꺾어 수갑을 채웠다. ‘월가 점령’ 시위 1주년 시위 참가자였다. 경찰은 보도로 행진하던 시위대까지 “보행자를 방해한다”며 잡아들였다. 그날 밤 경남 진주의 한 지구대 앞. 주차 단속에 항의하는 중장비 기사가 굴착기 집게로 순찰차를 내리찍고 지구대에 내던져 아수라장이 됐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한 장면 같았다. 18일 연평도에선 음주운전 벌금에 불만을 품은 운전자가 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했다.
▷지난해 정복을 입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대에 다가가던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집단폭행을 당했다. 주동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한미 FTA 반대 단체 회원들이 한밤중에 종로경찰서로 몰려가 난동을 부렸다.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해 폭력시위를 벌인 사람들을 연행하러 간 경찰관들은 시위대에 붙잡혀 감금됐다. 불법시위 채증(採證) 내용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굴욕적인 약속을 해 주고 겨우 풀려났다.

▷미국에서 경찰관 폭행은 중범죄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며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2010년 경찰청 초청으로 방한한 재미 한인 경찰관들은 “총에 왜 공포탄을 넣느냐”며 의아해했다. 한국 경찰은 강력범과 맞선 위급한 상황에서도 어지간해선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 경찰은 시위 진압에 나설 때도 실탄이 장전된 총기를 휴대한다. 미국에서 쇠파이프 화염병 죽창을 들고 경찰관에게 덤비는 것은 자살 행위다. 걸핏하면 서울 거리를 난장판으로 만들던 반(反) 한미 FTA 시위대도 미국 원정 시위 때는 순한 양떼처럼 폴리스라인을 지켰다.

▷한국에선 민간인의 총기 소지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경찰관의 업무수행에서 위험의 정도가 다르긴 하다. 그러나 한국은 공권력이 너무 물러 터져 경찰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 예산 감축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던 워싱턴 시장은 폴리스라인을 넘었다가 자신이 임명한 경찰에게 결박당했다. 일부 주(州)에서는 시위대가 거리 행진을 하다가 중간에 멈춰서도 ‘점거’로 간주해 체포한다. 엄정한 공권력 집행은 사회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횡설수설#총기 소지#경찰관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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