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지는 돌팔매에 연못 속 개구리가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최근 방사선 안전과 관련해 이런 ‘돌팔매’를 생각나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달 한 유아용 분유 상품에서 인공 방사성물질인 ‘세슘137’이 미량 검출된 사실을 놓고, 일부 시민단체가 인터넷 공간은 물론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이슈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을 봤다. 무심코 던지는 돌이라기보다는 표적을 향해 ‘방사능’이라는 날선 돌을 던지는 것 같다.
세슘137은 과거 지상핵실험 여파로, 부분적으로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통해, 대기권에 널리 퍼졌기 때문에 지표면 어디나 미량 존재한다. 토양과 물은 물론 동식물의 체내에도 존재하며 우리 몸에도 들어와 있다. 즉, 분유뿐 아니라 모든 식품에 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방사성 세슘이 함유돼 있다. 10여 년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전국 12개 지방방사능측정소가 공동으로 수행한 식품방사능 분석결과를 보면 분유 1kg당 평균 0.22±0.03베크렐(방사성 물질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의 세슘137이 있고 최고치는 이번에 발견된 값과 유사한 0.393베크렐이었다.
모든 측정에는 측정한계가 있는데, 방사능 측정한계는 측정시간을 늘릴수록 낮아진다. 그러니까 8만 초를 측정한 이번 조사에서는 하나의 제품에서만 세슘이 확인됐지만, 측정시간을 늘리거나 시료처리법을 달리하면 어떤 제품이든 세슘은 발견되게 마련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는 기준치 이하라도 없는 것과는 다르다며 인공 방사성핵종이 유아 식품에 들어간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강변한다. 맞는 말 같지만 무리한 주장이다. 세슘137은 어느 식품에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유 1kg에는 천연 방사능인 칼륨40이 400베크렐 내외로 들어 있어 1베크렐 수준의 세슘 방사능이 유아의 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공 방사능은 천연 방사능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천연 방사능인 칼륨40은 방사능이 같은 세슘137보다 3배나 높은 피폭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과학적 평가다. 이렇다 보니 논쟁이 되는 수준의 세슘 방사능이 유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부당한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도 이런 사실을 알면서, 단체의 목적을 위해 부당한 주장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또한 이번 사건을 우려하는 이유다. 정당한 문제를 제기해 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활동이지만, 이익을 위해 부당한 방사능 의혹을 제기하여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이것은 ‘방사능 언어폭력’ 수준이다.
방사능에 대한 일반인의 막연한 공포심을 이용해서 단체의 이름을 알리면서 국민을 위한다는 인식을 심으려는 전략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방사능 공포심을 부당하게 부풀리는 것은 국가적 방사능 위기사태(원전뿐 아니라 위성추락, 방사능 테러 등을 포함한)를 맞을 때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하고 엄청난 경제사회적 피해를 자초할 위험이 있다. 방사능 위험을 부풀리는 것은 사회를 위하기보다는 지뢰를 매설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소비자는 방사능, 식품, 아이 건강 등에 대해 ‘얇은 귀’를 가진 것 같다. 안전이 보장되든 말든 세슘이 있다니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바꾼 제품에 다른 방사능이 더 들어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수준의 방사능은 아기의 건강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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