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쟁론]성매매특별법 존폐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성특법)이 23일 시행 8주년을 맞습니다. 일각에서는 집창촌이 없어져 우리 사회가 갈수록 건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의 수요와 공급이 줄기는커녕 ‘전국의 음성적 유곽화’를 불러왔다는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전국 곳곳에서 흉악한 성범죄가 잇따르자 성특법 강행과 성범죄 급증의 연관관계에 주목하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기대한 효과보다 부작용이 큰 위선적 성특법을 폐지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나서 “성매매방지법과 성폭력 증가는 증명된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가 차원의 성매매 불법화 정책과 성범죄의 증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가격만 높여 성범죄 늘어, 재검토해야” ▼

김상권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
김상권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8년이 지났다. 도시의 미관을 해치던 집창촌이 있던 곳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밤거리 풍경은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더 혼잡해졌다. 밤거리는 성매매 전단지로 어지럽혀져 있고, 룸살롱 간판과 퇴폐 안마시술소의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삐끼’로 불리는 호객꾼들은 손님을 유혹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특별법은 성매매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성 매수자와 성 매도자에 대한 처벌이 과거보다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가 가장 먼저 가시화된 곳은 집창촌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일 정도로 특별법 이후 그곳의 손님은 급감했다. 그러나 단속이 어려운 집창촌 밖 성매매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택가까지 유사 성매매업소가 침투해 있을 정도다. 강력한 단속이 없다면 특별법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1만5468건이었던 성매매 적발 건수가 대대적인 단속을 편 2009년에는 2만4329건으로 늘었다. 단속 강도에 따라 1만 건 차가 날 정도로 특별법의 실효성은 단속에 달려 있다.

특별법 이후 집창촌 밖에서의 성매매 가격은 높아졌을 개연성이 높다. 평범한 업소로 위장하기 위해 비밀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홍보를 위해 전단을 뿌리거나 호객꾼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아진 사업비용은 결국 가격 상승으로 귀결된다. 높은 가격은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출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본능적 욕구는 변함이 없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게리 베커 교수는 범죄를 저질러 얻는 수익이 범죄 행위로 인해 지불하게 될 비용보다 크다면 범죄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성범죄도 범죄를 통해 얻어지는 만족이 지불해야 할 비용보다 크다면 발생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검거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은 수감 생활에 따른 정신적 물질적 피해다.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이 낮기 때문에 수감으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은 매우 낮다. 이를 성범죄에 적용해 보면 결국 저소득층이 성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성년자 대상 성 폭력범이 대부분 무직자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2007년 인구 10만 명당 27.6건에서 2011년에는 39.2건으로 증가했다. 아동 대상 성폭력은 같은 기간 6.4%에서 10.5%로 4.1%포인트 증가했다. 특별법 시행 이전 6년(1999∼2004년)과 이후 6년(2005∼2010년)을 비교하면 생활수준 상·중·하 구분에서 하류 저소득층이 성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5%에서 73.5%로 3%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동일한 기간에 저소득층 절도범은 73.8%에서 72.6%로 1.2%포인트 감소했고, 강도범은 76.6%에서 78%로 1.4%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결국 특별법 시행 이후 저소득층에서 성폭력범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뜻이다.

최근 성폭력이 빈발하자 범죄자들에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학적 거세, 사형, 무기징역…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그러나 전자발찌를 차고도 범죄를 자행하는 악마들 앞에서 처벌을 강화해 봐야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처벌 강화는 성범죄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2010년 김길태 사건, 올해 오원춘 사건 등을 비롯해 잇따르고 있는 잔혹한 성범죄는 현재의 처벌 강도하에서도 범행 은폐를 위해 살인이 쉽게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처벌만 강화한다면 오히려 ‘성폭력 후=살인’이 공식화될 가능성이 높다. 성폭력 억제 효과보다는 범죄를 더욱 흉포하게 만들 뿐이다.

성매매특별법 이후 집창촌이 있던 자리에는 첨단 오피스텔, 아파트, 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뿔뿔이 흩어졌으며 일부는 남아 생존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그곳을 찾던 손님들은 주택가 퇴폐업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저소득층은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고 있다. 성매매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성범죄는 점점 더 흉포화되고 있다. 단속을 강력히 하면 특별법의 고귀한 입법목적은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감내할 만큼 성매매특별법이 가치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김상권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
:: 필자 소개 ::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5년간 재직했다. 산업조직학회 이사를 지냈다.
▼ “성매매 합법화하는 건 또다른 폭력” ▼

정재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강사
정재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강사
여성을 성산업에 묶어 놓으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나왔다. 성매매를 금지하면 이에 종사하는 여성의 생존권 문제, 풍선효과에 따른 전국의 유곽화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터무니없는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성매매를 금지해 성폭력이 증가했다’면서 성매매 합법화나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이 무색할 정도로 성폭력과 성매매가 동시에 증가 일로에 있는 현실을 숨기는 잘못된 주장이다.

성매매를 합법화한 일부 서구 국가의 경우 특정 구역과 시간대로 성매매를 한정하되 이 공간 너머 비합법적 구역의 성매매에 대해서는 철퇴를 내렸다. 성매매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취하는 중간 알선 집단을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실패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철저한 규제를 가해야 할 합법 구역 바깥에서도 불법 성매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얼마든지 성을 살 수 있는데도 미성년 여성들에게 강제로 성매매를 시키는 범죄도 늘고 있으며 일상에서의 성폭행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성매매 합법화를 택한 독일, 미국과 호주의 일부 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성매매를 금지해 성폭력이 늘고 있다는 논리가 맞는다면, 성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성폭행이 만연했어야 했다. 또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는 현재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가 수천 명에 불과한데, 이렇게 공급자가 없다면 성폭행은 상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수원 여성 토막 살해범인 오원춘은 일상적으로 성매매를 했으면서도 다른 여성을 상대로 강간을 시도했다. 결국 성이라는 특성상 주변에 성매매 업소가 많아 여성을 사는 행위가 쉬울수록 성폭력이 줄고,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이 적어 이를 사고파는 것이 불편할수록 성폭력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성매매 문제는 현재 특정 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특정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모든 여성들의 문제다. 성매매는 대부분의 남성이 일방적으로 여성을 구매하고 여성은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성적 자기 결정권’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폭력이다. 이런 반인간적 범죄를 축소하거나 근절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사회의 노력이 요구되는 데도 당장 별로 효과가 없다는 논리로 성매매를 옹호하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

성매매 업소를 쉽게 허가해 주고 이 업소들은 또 불법 업소들과 결탁한다. 성매매를 접대 관행으로 여기는 사회 문화 속에서는 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없다. 성 접대 유흥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남성은 거의 없으며, 권력과 부가 몰려 있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성산업을 사실상 지지하는 집단이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한 성매매 특별법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성매매가 줄지 않고 주택가로 번지고 있다는 이유로 특별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

성매매 여성들은 대개 청소년기부터 성매매를 시작한다. 각종 질병에 시달리거나 처음부터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빈곤, 가정불화 등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배우지 못해 평생 주변적 삶을 살아가기 쉽다. 이런 현실을 두고 ‘자발적 매춘’ 운운하는 주장은 궤변 중의 궤변이다.

많은 사람은 또 성매매가 가장 오래된 직업이며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어디 성매매뿐인가. 빈곤과 전쟁, 마약과 범죄 역시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는다. 인류는 그것들을 축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성매매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여성이 된 마당에 수많은 여성이 각종 성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고 의료, 교육 등의 복지를 대폭 확충해 여성들이 성매매로 빠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성 접대비를 생산적인 복지비용으로 돌리고 여성 접대 제도를 없애야 하며, 성매매 업소를 지역 복지시설로 업종 전환할 수 있도록 국가와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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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강사
:: 필자 소개 ::

고려대 노문과를 졸업하고 러시아학술원 사회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인권연대 강사, 한국여성인권중앙진흥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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