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거사 사과한 朴 후보 ‘미래 경쟁’ 기선 잡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어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과거사에 대해 강도 높은 반성과 사과를 했다. 박 후보는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킨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당한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게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과거사는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으나 과거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열세를 보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16과 유신이 헌정질서를 파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은 법원의 재심 판결을 통해 ‘사법 살인’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도 박 후보는 그동안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역사 판단에 맡겨야 한다”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라고 말해 이를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대선후보 박근혜’라면 사사로움을 떠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박 후보의 사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는 “우리 역사를 제대로 정리해서 국민화합으로 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논평했다. 안 후보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역사에서 배워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권 일각에서 토를 달거나 비꼬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격이 다르다.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후보는 이런 다짐을 현실 정치에서 실천에 옮겨야 한다.

박 후보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특정 과거사에 대해 어떤 평가를 했다고 해서 그것이 박정희 정권 18년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라고 볼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정한 평가는 역사와 국민의 몫이지, 가족이나 특정 세력의 전유물일 수 없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공과(功過)가 있다. 공은 계승 발전시키고 과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과거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끌어나갈지를 놓고 승부를 벌이기 바란다.
#사설#박근혜#사과#인혁당 사건#박정희#과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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