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풀어 일자리 만드는 대책 바꿀 때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정부가 내년 나라살림 규모를 올해보다 5.3% 늘어난 342조5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2014년으로 한 해 미루고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곳간을 열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경기 침체에 대비해 일자리 예산을 9000억 원 늘어난 10조8000억 원으로 잡은 점이 눈에 띈다. 정부는 재정지원 일자리를 올해보다 2만5000개 많은 58만9000개로 늘리고, 중소기업 인턴 등 청년 일자리를 10만 개 만들겠다고 밝혔다. 내년 일자리 예산 증가율은 8.6%로 총지출 증가율보다 3.3%포인트 높다. 경기 침체로 민간 고용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예산을 늘려 잡은 것이다.

정부가 고용시장 위축에 대비해 일자리 예산을 늘린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조준을 한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이번에도 “취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재정을 풀어 만드는 일자리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내년 일자리 예산의 24.8%가 정부 재정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 예산이다. 반면에 취업 상담과 지원을 돕는 고용서비스 예산은 4.7%에 불과하다. 공공근로사업과 같이 정부가 만든 일자리는 재정 투입이 끊기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부의 직접 지원 일자리 정책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일자리 부족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최소화하고 취업 지원과 일자리 안전망을 확충하는 고용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 취업 능력이 없는 고령자 등은 정부 재정을 통한 직접 일자리 지원으로 해결하되 취업 능력이 있는 계층은 취업 지원과 상담 같은 고용서비스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예산을 짜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4%로 상정했다. 국제통화기금(3.9%), 한국개발연구원(3.4%), 한국은행(3.8%)의 전망보다 낙관적인 수치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4%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경제가 예상보다 성장하지 못하면 세수가 줄고 재정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 고용도 위축될 것이다. 내수를 활성화하고 재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동시에 기업 규제 완화가 효과를 내야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균형재정#일자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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