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천식 환자는 2005년 220만5000여 명에서 2009년 231만9000여 명으로 늘었다. 연평균 1.3%씩 증가하는 추세다.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대를 기점으로 한 성별 천식환자의 비율이다. 20세 미만은 남성 환자, 20대 이후에는 여성 환자 비율이 더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남자가 여자보다 운동 등 야외 활동이 많아 각종 알레르겐(알레르기 염증의 원인물질)에 노출될 확률이 많고, 20대 이후 여성은 집안일을 하면서 주방, 욕실 등의 청결 상태가 좋지 않아 천식 유발 인자와 자주 접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부들은 요리부터 세탁과 청소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가사 활동을 하는데, 청소할 때 나오는 미세 먼지와 진드기는 물론이고 요리할 때 나오는 유해가스 등에 노출되기 쉽다. 이렇듯 유해한 환경적 요인이 체내에 장시간 누적되면 주부의 폐와 기관지에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학계에서 주목하는 여성 폐 질환의 원인 중 하나는 부엌에 있다. 2012년 7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고깃집 연기’ 연구 결과는 요리할 때 배출되는 유해물질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 먼지(입자 지름이 2.5μm 이하인 극미세 먼지)의 상당량이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초미세 먼지는 황사 먼지보다 작고 폐에 쉽게 침투해 달라붙어 배출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다. 초미세 먼지의 60∼70%는 호흡기 질환과 각종 암의 원인이 되는 ‘블랙카본’이다.
또 2005년 대한결핵호흡기학회의 폐암 전국 실태조사 결과, 여성 폐암환자 10명 중 8명은 비흡연자였다는 통계 역시 부엌 유해가스의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평소 각종 요리를 도맡아 하는 주부들에게 부엌이란 폐 질환, 기관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협적인 장소일 수밖에 없다. 장시간 요리를 하고 난 뒤 입맛이 없거나 머리가 무거워지는 증상은 요리할 때 나오는 유해가스로 인한 게 대부분이다. 조리할 때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물질 중 50%는 불꽃으로 연소되지 못하고 공기 중에 퍼지는데, 여기에는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 각종 유해가스가 포함돼 있다. 이런 유해가스는 폐의 산소 부족을 유발해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에 주요 원인이 된다.
따라서 항상 부엌의 청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레인지 후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많은 주부들이 요리할 때 레인지 후드 사용을 간과한다. 레인지 후드의 기능을 냄새 제거로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인지 후드는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기능도 한다.
음식을 조리한 뒤에는 냄새가 많이 나지 않더라도 가스 불을 끄고 5∼10분간 레인지 후드를 켜 놓아야 잔여 유해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후드 작동과 동시에 주방 창문을 열어 두면 신선한 공기가 빨리 유입될 수 있다.
무슨 질환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주부는 물론이고 가족 구성원 모두의 건강을 지키려면 항상 실내 공기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주부들이 주방에서 장시간 일을 해야 한다. 신선한 실내 공기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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