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취역과 일본의 극우 정치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자민당 총재 복귀가 하루 시차(時差)를 두고 이뤄졌다. 항모(航母)는 중국의 굴기(굴起)를 상징하고 아베의 복귀는 일본의 우경화를 예고한다. 중국과 일본의 충돌은 유엔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26일 유엔 총회에서 “특정국의 이념과 주장을 일방적 무력행사나 위협을 통해 실현하려는 어떤 시도도 유엔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사태를 거론하자 중국 외교부는 “(노다 총리가) 국제법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을 기만하고 남도 속였다”고 비난했다.
두 나라의 갈등은 지속적인 충돌 상황으로 고착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의 권력교체는 완전히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임 지도부와 차기 지도부 사이의 타협과 절충을 거쳐 ‘이어달리기’식으로 진행된다. 급팽창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익을 도모하는 후진타오 시대의 대외정책이 다음 달 출범하는 시진핑 시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항모 취역을 계기로 ‘연안 방어’에서 ‘대양 진출’로 선회한 중국의 분쟁지역 영유권 주장은 점점 강해질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 10년간 집권할 시진핑과, 민족주의와 우경화 바람에 편승해 재집권을 노리는 일본 자민당이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재는 “민주당 정권은 외교 패배 정권”이라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총리가 되면 중국과 한국의 우려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다. 아베는 이시바 시게루 전 정조회장을 당의 2인자인 간사장에 기용했다. 그는 센카쿠 수호를 위한 해병대 창설을 주장했고, 지난해에는 자민당 영토특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신도 요시타카 등 자민당 의원 3명의 울릉도 방문을 부추겼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의 리더십 교체가 한꺼번에 이뤄져 동북아 정세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겹쳤다. 중-일의 충돌은 동시다발적인 리더십 교체가 이 지역에 격랑을 몰고 올 것임을 예고한다.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주변국들의 민족주의 물결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갈등의 파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남북문제는 또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차기 대통령이 직면하게 될 무거운 숙제들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과연 5000만 국민 머리 위의 안보 환경을 꿰뚫어볼 눈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