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策士)는 예로부터 자기를 써주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법이다. 맹자는 추나라 사람이지만 위나라에서 혜왕의 멘토 역할을 하다가 그 아들 양왕이 도무지 임금답지 못하자 제나라로 떠나 거기서 선왕의 멘토 역할을 했다. 그 전에 공자도 마찬가지였다. 공자는 노나라 사람이지만 제나라로 가서 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결국 뜻을 이루진 못하고 돌아와 제자를 키우는 데 여생을 바쳤다. 노자의 눈에는 이런 공맹의 무리가 자리에 연연하는 해바라기 지식인으로 비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의 책사였던 윤여준이 민주통합당 문재인의 캠프로 갔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은 현 민주당의 한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서 부대표까지 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후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이헌재는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에 가 있다. 대선후보들이 지지 유권자의 확장을 위해서라면 반대 진영의 인물을 끌어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정체성 없는 ‘묻지마 영입’으로 정당정치를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이종교배로 극단의 정치를 완화한다는 긍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여준과 김종인은 지난해 안철수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주다가 사이가 틀어져 떨어져 나갔다. 윤여준은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쪽에서 자신을 찾지 않는 데 서운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얼마 후 진보 원로 백낙청의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보수 측 인사로는 보기 드물게 대담자로 등장하더니 이번에 문재인 캠프로 갔다. 김종인은 이번 대선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구도로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얼마 후 박근혜에게 갔다. 안철수의 새 멘토 자리는 이헌재가 차지했지만 자리가 탄탄하지는 않은 듯하다.
▷올해 윤여준의 나이 73세, 김종인은 72세, 이헌재는 68세다. 요새는 70세는 돼야 노인이라니까 그 기준으로 보면 윤여준과 김종인은 노인뻘이고 이헌재도 곧 노인이 된다. 기자 출신의 윤여준은 전두환 정부에서부터 청와대 비서관 근무를 했다. 경제학자 출신의 김종인은 전두환의 집권당인 민정당의 창당 국회의원이었다. 이헌재는 박정희 정권에서 잘나가던 재무부 관리였다. 높은 자리를 다 해본 이들이 또 무슨 욕심이 있어서 저러는가 흘겨보는 눈길도 있지만 그들의 경륜이 후보의 안정감과 균형감을 높이고 있는 점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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