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운동으로 유명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로 갔다. 그는 안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간지에 고정 칼럼을 쓰는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와달라는 제의를 받고 고민하는 모양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도 북한 전문가 고유환 동국대 교수 등이 새로 가담했다. 각 캠프에서 공식 직함을 가진 교수가 수십 명에 이르고 물밑에서 도와주는 교수까지 합치면 캠프별로 100∼300명에 이른다. 작은 대학교를 하나 만들어도 될 만한 인원이다.
대선후보들은 교수의 전문성을 활용하기보다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교수를 영입해 후보의 이미지를 높이려고 한다. 박 후보 캠프의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전공이 국제환경법이라고 하지만 환경과는 동떨어진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 일한다. 캠프에 몸담지는 않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심전심 야권을 돕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전공(형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종횡무진이다. 정치권 주변에서 얼씬거리는 교수들의 행태를 보면 폴리페서(polifessor·politics+professor)란 말은 너무 점잖고 폴리티션(politician·정치인) 교수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정도다. 교수가 정치를 겸업하면 본업인 연구와 강의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교수가 학기 중에 갑자기 캠프에 뛰어들면 학생들이 최대의 피해자다. 개인지도가 중요한 대학원생은 교수 때문에 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교수의 현실정치 참여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정치가 정책 경쟁이 되려면 전문가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야 한다. 교수는 중요한 전문가 그룹 중 하나다. 하지만 현실 경험이 부족한 교수의 섣부른 정치 참여는 부작용을 낳기 쉽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참모였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경제학의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인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을 들고나와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흔들었다. 그는 이번에 다시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교수를 선호해 정권 초기 청와대 비서진을 교수 중심으로 꾸렸다가 촛불시위에 호되게 당하고 나서 모두 교체했다.
교수들은 지지 후보가 당선되면 정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겠지만 떨어져도 학교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본업보다 부업(副業)에 열심인 이들이 밤늦게까지 연구실의 불을 밝히는 교수들의 의욕을 꺾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로잡습니다]
‘대선 캠프에 몰려드는 교수들의 본업과 副業’ 제하의 사설 중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경제학의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인 헨리 조지의 토지 전면 국유화 주장을 들고 나와”라는 대목에서 “헨리 조지의 토지 전면 국유화
주장”이라는 표현을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으로 바로잡습니다. 이 교수는 “토지 공개념은 토지의 전면 국유화가 아니라
거래세를 인하하고 보유세를 인상하자는 것이 핵심 주장”이라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