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현식]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9일 03시 00분


김현식 산부인과 의사
김현식 산부인과 의사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의 성폭력 사건 사고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 포털과 신문들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가해자 처벌을 포함한 대책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같이 성을 중시하는 나라도 흔하지 않답니다. 저 자신도 한국 사람이며 개인적으로도 성과 성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인 즐거움은 살아가는 데 중요한 목적이며 삶의 의미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이 비밀스러운 사생활과 성적 즐거움을 간섭하거나 관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금세기 가장 유명한 연설로 기억되는 미국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말을 빌리자면 여성의 행복과 운명은 남성의 행복, 운명과 단단히 맞물려 있습니다. 남성들이 살아 숨쉬며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즐거움과 다양한 행복감 및 짜릿한 쾌감까지 느끼도록 해주는 존재는 어머니로 대별되는 신성한 존재인 여성입니다. 그 신성한 여성으로부터 우리는 신의 모습을 닮은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남성들은 항상 여성을 보호해야 합니다. 어두운 밤길로부터, 인적 드문 외딴곳으로부터, 도시의 많은 유혹으로부터 우리의 어머니로 대표되는 여성들에게 따뜻한 보호와 돌봄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남성들은 이런 능력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여성의학 중에서도 성의학을 전공하는 전문의사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각급 학교와 교육기관 시민사회단체에서 성교육을 강의하고 성폭력 치료 전담의료기관장으로 성폭력 피해 여성을 진료해왔습니다. 그 누구보다 여성과 성폭력 문제를 속속들이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성이 신사도(紳士道)를 다하고 있습니다만 여성들이 남성과 다르다는 점을 가끔 잊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들이 건강하고 자신 있는 성을 향유할 때 남성도 의미 있고 건강한 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성이 성적인 부조화나 욕구불만과 성질환에 시달린다면 남성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점은 더욱 크고 심각합니다.

성교(Sexual Intercourse)라는 말은 남녀가 성 반응을 나누면서 서로 소통하고 대화한다는 의미입니다. 홀로 말하는 독백이 아니라면 항상 상대의 욕구와 심리, 신체상태를 파악해 준비가 되었을 때 자연스러운 대화와 소통을 나눠야 합니다. 상대와의 교감이나 승낙이 없는 강제적인 대화는 서로를 불행하게 합니다. 스포츠정신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신사적 행동입니다. 남성들이 성을 즐기고 구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만 우리 사회의 성도덕과 성윤리,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성매매금지법은 여성들의 성적결정권은 물론이고 남성들의 결정권까지 제약하는 법입니다. 이 법을 포함해 소위 야동이나 음란물 관련법 등에서 잘못된 제도 법 규범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오심(誤審)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말처럼 악법도 법이라는 정신으로 현재 법과 규범을 지키는 준법정신이 필요합니다.

온실의 어린 꽃이나 묘목처럼 가정과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할 19세 이하 아동 청소년들은 성 욕망 해소의 대상이 결코 아닙니다. 성적인 즐거움과 재미나 심리적 교감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고 오히려 남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갉아먹습니다.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며 고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문의사로서 말씀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여! 우리에게 사랑을 쏟아주고, 병들고 외로울 때 위로와 평안을 주며, 힘들고 약해졌을 때 용기를 북돋워주고 같이 울어주는 여성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보살펴주는 마음을 가집시다.

김현식 산부인과 의사
#성폭력#남성#성매매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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