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의원 등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 20명과 최근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무소속 강동원 의원이 유신헌법 철폐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은 유신헌법이 내용과 형식에서 무효임을 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정치 공세의 의미가 짙은 결의안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지지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를 반성했다면 그 잘못을 인정한 유신헌법 철폐안에 앞장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유신헌법은 1980년 제5공화국 헌법의 출현과 함께 사라졌고 5공화국 헌법은 1987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지면서 사라졌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유신헌법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고 철폐하겠다느니 마느니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과거 헌법의 철폐는 그에 기초한 법률관계를 흔들어 놓아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헌법의 제정과 폐지는 궁극적으로 국민투표로 이뤄진다. 내용이야 어찌됐든 국민투표를 거쳐 제정된 유신헌법을 국회 표결만으로 폐기한다는 것도 법률체계상 맞지 않는다.
또 민주당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신시절 사망한 장준하 씨의 사인(死因) 관련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장 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장준하 선생 사인 규명 진상조사위원회’와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재조사를 벌였으나 실족사(失足死)라는 최초 수사의 결론을 뒤집지 못했다. 이번에 이장(移葬)을 계기로 함몰 흔적이 있는 유골이 새로 공개됐으나 검시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사인 재규명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대선이 코앞인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의 국정감사는 적절치 못하다.
박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안철수 후보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다수 국민이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국립현충원에 들르면서도 박 전 대통령 묘역에 가지 않았고 뒤늦은 참배에 대해서도 여러 모로 저울질을 하고 있다. 국민은 박정희의 과(過)만큼이나 공(功)도 잘 알고 있다. 문 후보가 통합의 지도자가 되려면 유신헌법 철폐안 같은 발상을 비판하고 장준하 사건 의혹 규명을 대선 이후로 넘기자는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