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가 선대위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달 28일 대구·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국민적 인기가 높은 런던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 선수에게 직접 공동 선대위원장 임명장을 전달했다가 사흘 뒤 취소했다. 김 선수는 친분이 있는 경북도당 청년위원장이 ‘식사나 하러 오라’고 해 갔다가 현장에서 제의를 받고 즉석에서 자리를 맡았다고 한다. 김 선수는 그의 새누리당행을 비난하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김 선수의 정치적 의지를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인기만 탐낸 새누리당의 과욕(過慾)이 빚은 망신살이다.
새누리당은 또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 지난달 28일 연극배우 손숙, 김성녀 씨와 시인 김용택 씨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가 당일 저녁 명단에서 삭제하는 소동을 벌였다. 김대중(DJ)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손숙 씨는 “새누리당과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데 내가 어떻게 박 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겠느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장 자리에 거론된 박정희 시대의 저항시인 김지하 씨는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치할 뜻도 없는 김 시인이 선거용 소모품으로 쓰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정책이 큰 틀에서 서로 수렴하면서 세 후보 모두 외연(外延)을 확대할 수 있는 인물 영입 경쟁에 애쓰는 모습이다. 박 후보가 2030세대와 중도층에 호소력 있는 인물 영입에 사활을 거는 사정을 모르지는 않지만 너무 조급하다는 인상을 주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 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새누리당의 인물 영입 방식은 과거 그대로인 것 같다.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공을 들여도 쉽지 않은 인물을 언론에 이름부터 띄워놓고 당사자의 반응을 보자는 식이다. 유력 후보가 불러주면 앞다퉈 달려올 정도의 사람이라면 영입 가치도 없다.
새누리당은 친노(親盧) 중심의 민주당에서 홀대를 받은 한광옥 김경재 등 옛 DJ계 인사들의 영입도 타진하고 있다. 오랜 세월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DJ계 인사의 영입이 새누리당에 화해와 통합의 의미를 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을 따라 DJ 지지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옮겨올지는 미지수다. 이미지 쇄신을 위한 ‘묻지 마’ 영입은 핵심 지지층의 이반(離反)을 불러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