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구 인기가 대단하다. 올해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프로야구가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인 7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700만 명이라니…. 한국 인구가 현재 5000만 명이니까 대략 7명당 1명꼴로 야구장을 찾았다는 얘기가 된다. 하루하루 숨 가쁜 일상을 보내는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비춰 보면 결코 무시 못할 수치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난 사람끼리 ‘어느 팀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매한가지다. 그만큼 두 나라 모두 야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내 고향 캘리포니아에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프로야구단이 여럿이다 보니 사람마다 좋아하는 팀이 제각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팀은 LA에인절스다.
아버지는 내가 여섯 살 때 글러브를 처음 사주셨는데, 아버지와 함께 야구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다. 학창시절에는 투수와 3루수를 번갈아 하며 오전 내내 야구 연습을 하곤 했다. 그때 경기에 임하는 팀원의 열정과 팀워크가 경기의 과정과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배웠다. 당시 아버지가 사준 글러브는 나의 소중한 보물이 되어 여전히 내 곁을 지키고 있다.
한국은 야구 강국이다. 예전에도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많이 냈지만 정작 한국인들이 스스로의 실력을 분명하게 확인한 건 두 차례에 걸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국은 이 대회들을 통해 미국 일본 멕시코 쿠바 등 이른바 야구 강국들과 맞서 당당하게 그들의 실력을 보여줬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은 9전 전승의 파죽지세로 금메달을 거머쥐며 세계 야구 정상에 올라섰다.
야구는 개개인의 실력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스포츠다. 야구 강국이 되려면 선수 간의 실력은 물론이고 팀 간의 경기력도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저마다 최고를 자랑하는 기량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프로야구단의 실력은 세계 최강이다. 팀 수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소수의 팀이 치열한 경쟁을 반복하는 가운데 짧은 기간에 놀라운 실력을 쌓아왔다. 최근 들어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줄었다지만 여전히 많은 스카우터가 한국에서 활약 중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러니 언제고 제2, 제3의 박찬호, 추신수 같은 선수들이 나오리라 믿는다.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데는 든든한 팬들의 응원도 한몫한다. 한국의 야구장에서 만나는 풍경은 가히 놀라움 그 자체인데 어디에서 저런 열정이 나오나 싶을 정도로 광적인 응원이 집단적으로 펼쳐진다. 필자도 회사가 후원하는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세 팀의 경기를 가끔 보러 가는데 야구의 수도라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보았던 신문지 응원과 부산 갈매기 노래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야구에서 보듯이 한국, 한국 사람들은 강하다. 뜨겁고 열정적이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나는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말춤으로 세계인을 사로잡는 가수 싸이의 당당한 어깨 너머로 또 다른 한국인들을 보게 된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한국과 한국인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한 세대를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국의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청년들이여! 자신감을 가져라. 당신들은 충분히 강하고 뛰어나다. 당당하게 세계무대로 나아가라! 맹렬히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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