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이정우 경북대 교수를 캠프 내 경제민주화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경제민주화 경쟁’에서 김종인-이정우-장하성 씨가 각각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캠프의 장수(將帥)로 삼각 포진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세 사람 모두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지만 이들의 경험이나 경제철학적 기반은 사뭇 다르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서강대 교수로 제4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 입안에 참여했다. 한국의 고도성장을 주도한 이른바 ‘서강학파’다. 1987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질 때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관철시킨 주인공이다. ‘종전 헌법 조항과 큰 차이가 없다’며 폄훼하는 의견도 있지만 신구(新舊)조문을 비교해보면 헌법에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했을 뿐 아니라 균형성장, 소득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같은 개념을 새로 정리해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인식의 수준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이정우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내 ‘노무현 사람’이라 불린다. 하지만 노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자 2006년 대통령정책특별보좌관의 신분으로 협상중단 촉구 성명의 발표를 주도할 정도로 사안에 따라 정권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소득분배론을 전공했으며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인 지대(地代)를 모두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헨리 조지 연구회’에서 활동한 점도 눈길을 끈다. 안철수 캠프의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소액주주 대표로 참석해 총수의 경영전횡과 편법 상속을 고발하며 주총을 13시간이나 끌어 ‘재벌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한국 대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의 경제철학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인 ‘주주 지배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세 사람의 경제관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몸담은 박-문-안 캠프에서 준비한 복지, 증세, 가계부채, 대학등록금 등에 대한 정책은 거의 비슷하다. 이른바 ‘정책수렴’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사회가 두터워지고 선진화될 때 나타난다. 하지만 ‘복지 확대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가 커지자 각 캠프가 표만 바라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풀이도 있다. 어느 쪽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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