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황진영]금융위-금감원 별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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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황진영 경제부 기자
황진영 경제부 기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청사를 떠나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로 이사했다. 이곳은 외교통상부 등 정부 부처가 밀집한 종로구 세종로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져 있다. 기획재정부 등이 세종시로 이주를 앞둔 시점에 금융위는 세종시가 아니라 세종로 인근으로 옮긴 셈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4일 현판식에서 “민간과 소통하기 위해 프레스센터로 왔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여의도에서는 민간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말로 들린다. 우리금융 매각이 대표적이다. 금융위가 올해 3번째로 우리금융 매각 카드를 꺼냈을 때 금융권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공적자금 조기 회수를 명분으로 내세워 매각작업을 강행했고,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청사 이전 과정도 소통이 원활했다고 보기 어렵다. 금융위가 금감원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금융가에서는 한목소리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 정부 초기 금융위가 금감원에서 ‘별거’하면서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2008년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금감원 건물을 떠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옛 기획예산처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로 출발하면서 여의도에 금융감독원과 함께 둥지를 튼 지 10년 만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권 관계자들은 여의도와 강남에 있는 두 기관을 각각 따로 찾아다녀야만 했다. 여의도와 강남을 오가야 하는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별거 생활로 야기된 문제점과 불만이 잇따르자 두 기관은 10개월여 만에 다시 여의도로 뭉쳤다. 당시 이 같은 결정에 금감원과 금융위 직원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반응도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금융위가 다시 청사를 이전한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잖다. 한때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과 김석동 위원장 사이가 틀어져 이런 사단이 벌어졌다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금융위의 이전문제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금융위가 이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정부 예비비로 충당한 게 발단이 됐다. 청사 이전에 투입된 비용은 모두 20억5900만 원이다. 여의도 금감원 청사에 있다면 내지 않았을 전세보증금 12억1000만 원을 새로 마련해야 했고, 이사비용으로 8억4900만 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임차료는 연 18억 원에서 내년이면 30억 원으로 12억 원이 늘어난다. 새로 들어가는 비용만 32억 원이 넘는다.

또 다른 문제는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 청사를 이전한 금융위가 불과 몇 달 뒤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금융가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금융 감독 체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금융위와 금감원을 묶어 금융청을 신설하는 방안과 금융위와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문을 묶어 금융부를 만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거론될 정도다.

이런 일련의 문제들로 인해 금융위의 청사 이전을 두고 정치적인 해석마저 대두되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을 앞두고 독립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옮겨야 할 필요성은 거의 없고, 그대로 있어야 할 이유는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데도 김석동 위원장은 여의도를 떠나 세종로 근처로 이사하는 데 성공했다.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다. 이제 금융위가 할 일은 왜 이사를 해야 했는지 정책으로 보여주는 길 말고는 없다. 성과로 보여주면 청사 이전을 둘러싼 논란도 사라질 것이다.

황진영 경제부 기자 buddy@donga.com
#금융위#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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