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그제 대선을 71일 남겨두고 투표시간을 오전 6시∼오후 6시로 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민변은 이 조항이 투표일에도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투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같이 헌재가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 사건도 결정까지 63일 걸렸다. 헌재가 민변의 헌소를 서둘러 진행해 설혹 인용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고 선거의 실무준비를 하자면 올해 안에는 힘들다. 민변의 헌소가 정치 공세로 보이는 이유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4일 여론 수렴도 없이 투표시간을 오후 9시까지 늘리는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상임위 통과가 무산됐다. 헌재에서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취지의 결정이 나더라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 개정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젊은층의 투표율이 노장층에 비해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젊은층의 지지가 높은 야권은 노장층은 오전에 투표하고 젊은 세대는 오후에 투표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투표시간 마감을 연장하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략적으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일본이 1998년 투표시간 마감을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로 2시간 연장해 투표율 상승효과를 거뒀지만 투표일이 평일 근무일이어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과 영국의 투표시간이 오후 9시나 10시까지로 늦게 끝나는 것도 일본처럼 평일에 투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투표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해 일요일을 이용해 투표하는 프랑스와 독일보다도 더 큰 편의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투표시간을 연장해도 투표율 상승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투표시간 연장은 인적 물적 비용의 증가나 투표관리의 효율도 함께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투표시간 연장이 투표율을 높이는 유일한 대안도 아니다. 투표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투표할 시간을 주는 고용주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시간 연장이 꼭 필요하다면 충분한 시일을 두고 과학적 실태 조사를 벌인 뒤에 추진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