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김작가]‘강남스타일’ 빌보드 1위 왜 안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아이튠스(애플의 온라인 음원 판매 사이트)에선 1위를 차지했는데 빌보드에서는 왜 안 될까?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64위로 입성해 2주차 11위, 3주차에는 2위로 수직 상승했다. 언제 1위를 차지할지가 국민적인 관심사가 돼 버린 분위기다. 사실 아이튠스 차트 1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빌보드 1위를 기다리는 걸까.

미국은 차트의 나라다. 팔리는 모든 것에 순위가 매겨진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음악 잡지와 매체가 차트를 수록한다. 빌보드 잡지의 차트는 그중에서도 가장 권위 있다. 빌보드는 1936년 첫 차트를 발표한 이래, 다양한 종류의 차트를 추가하며 산업과 트렌드의 지표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싱글 차트 ‘핫 100’을 중심으로 100여 종의 차트를 발표한다.

빌보드에 권위를 부여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대중의 소비패턴을 반영하는 집계 방식이다. 최근 디지털 산업의 변화에 따라 ‘핫 100’의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셋으로 나뉜다. 디지털 다운로드(인터넷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을 내려받는 것)와 에어플레이(방송 횟수), 온라인 스트리밍(음원 사이트에서 음원을 내려받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것) 횟수다. 디지털 음원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아이튠스 차트 1위를 했음에도 빌보드 ‘핫 100’에서 2주간 2위에 머문 이유는 에어플레이와 온라인 스트리밍 횟수에서 ‘마룬5’의 ‘원 모어 나이트(One More Night)’에 밀렸기 때문이다.

에어플레이에서 ‘원 모어 나이트’가 ‘강남스타일’을 앞선 것은 ‘강남스타일’이 언어 장벽의 한계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언어장벽을 깨고 빌보드 정상에 오른 노래도 있었다. 1958년 이탈리아의 도미니코 모두뇨가 부른 ‘넬 블루 디핀토 디 블루(Nel Blu Dipinto Di Blu)’, 1987년 멕시코계 밴드인 ‘로스 로보스’의 ‘라 밤바’, 1996년 스페인 출신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가 1위를 차지했다. 서양이 아닌 동양권에서 나온 빌보드 1위 노래는 1963년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가 유일하다.

이 노래들이 1위를 차지했던 것은 주류 미디어를 통해 어필했기 때문이다. ‘스키야키’의 경우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DJ가 이 노래를 듣고 감동해 방송에서 집중적으로 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본 문화에 대한 환상이 당시 미국 사회에 깔려 있던 것도 인기를 북돋웠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라 밤바’는 같은 해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의 주제가로 쓰인 게 절대적이었다.

‘마카레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미국 여자 체조팀이 경기에서 사용해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울려 퍼진 덕에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노래가 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다른 비영어권 1위곡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이 지점이다.

지금까지 노래들은 방송, 영화 같은 올드 미디어에 의해 ‘살포’됐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해 전 세계적 인기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최초의 비영어권 노래다. 인터넷의 인기를 등에 업고 빌보드라는 종합 차트를 위협했다.

지금까지 비영어권 빌보드 1위곡들이 미디어로부터 대중을 향해 하향 전파됐다면, ‘강남스타일’은 대중으로부터 주류 미디어로 상향 진입을 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레코드 산업이 탄생한 이래 음악 시장을 지배했던 미국의 대형 레코드사와 올드 미디어로부터, 뉴 미디어로 스타 탄생의 권력이 넘어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팝의 본고장 미국이 시스템도, 언어도 다른 ‘강남스타일’의 파죽지세에 무릎을 꿇은 셈이라고 할까.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어로 쓰인, 한국 가수가 부른 노래에 의해서 말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싸이#강남스타일#빌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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