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싸이의 공연은 시종 뜨겁고 흥겨웠지만 숙연한 순간도 있었다. 싸이가 자라면서 숱하게 애먹인 아버지께 죄송함을 얘기하며 노래 ‘아버지’를 불렀을 때다.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어느새 자식들 머리 커서 말도 안 듣네…무섭네 세상 도망가고 싶네 젠장 그래도 참고 있네 맨날/아무것도 모른 채 내 품에서 뒹굴거리는/새끼들의 장난 때문에 나는 산다/힘들어도 간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더이상 쓸쓸해하지 마요 이젠 나와 같이 가요” 2005년 싸이가 직접 쓴 곡으로 래퍼에게 이런 감성도 있나 싶다.
▷이 노래로 아버지 박원호 씨는 아들과 화해했다. 박 씨는 상장회사 ㈜디아이의 대표이사 회장이자 오너다.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싶어 가수 데뷔를 말렸지만 아들은 “아버지가 작곡을 해봤냐. 잘 모르는 일을 예단하지 말라”며 대들었다. 말썽쟁이 아들의 ‘아버지에 엇나가기’가 싸이를 이끈 추동력이 아닌가 싶다. 그가 착실한 ‘엄친아’로 커 사업가가 됐다면 우리는 가수 싸이를 잃었을 것이다.
▷메모리칩 검사 장비를 만드는 디아이는 싸이의 가수 활동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싸이와 함께 주가가 출렁인다. 디아이는 2011년 전체와 2012년 상반기에 각각 31억 원, 3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1300원 수준이었던 디아이의 주가는 3월 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대선 출마설이 나돌면서 2000원대로 뛰었다. ‘정 전 위원장이 박 씨의 경기고 선배로 싸이의 결혼식 주례였다’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었다. ‘강남스타일’과 함께 주가는 9월부터 다시 급등을 거듭해 15일 1만3100원이 됐다. 3월 대비 10배였다. 이런 ‘테마주’는 반드시 추락한다. 디아이도 16, 17일 하한가였다.
▷“대학생 대출을 받아 1만3100원에 700주를 샀다” “싸이와 아무 상관없는 걸 왜 이제야 느끼는지” “당국이 여러 번 경고할 때 정신 차렸어야 했는데” 싸이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개미투자자들의 탄식이다. “하한가가 풀어지도록 (싸이가) 한마디만 해달라”는 어린애 같은 투정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디아이의 주식거래에 작전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아들 때문에 속 썩던 박 씨는 이제 주가 때문에 머리를 썩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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