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제갈현열]안정만 찾는 ‘피어나지 않은 청춘들’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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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현열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공동저자
제갈현열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공동저자
시대가 불안하긴 불안한가 보다. 대학생 희망 직업 1위가 공무원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이제는 중고교생들이 희망하는 직업조차 교사, 의사, 공무원이 되어버린 시대가 왔다고 한다. 그런 직업들을 결코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직업을 택한 그들의 이유다.

대한민국 교육에 이바지하고 싶어서, 사람을 살리는 인술을 펴고 싶어서, 나라 정책과 살림에 기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들이 내세우는 대부분의 이유는 ‘안정된 직장’이기 때문이다. 안정을 원하는 어린 청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온다. “너희 자신을 알아라.” 너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지언정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시간이란 선물이 주어진 시기, 그것이 지금 10대란 시기이며 그것이 10대란 이름이 가진 ‘주제’이다. 불안을 꿈꾸기엔 너무나 아까운 젊음이 있고, 안정을 희망하기엔 아직 걸어보지 못한 너무나 많은 길이 있을 시기이다. 그런 자기 위치도 모르고,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 따위는 가슴에 꽁꽁 박아 둔 채 자기가 해야 할 일들, 자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일들만 생각하며 꿈을 정해버리는 그대들에게 청춘은 너무나 아깝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아직 죽기엔 팔팔하다고 생각하는 필자 역시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믿는 것은 죽기 전에 내 삶을 떠올릴 시간이 온다면, 그때 떠올릴 기억들은 해야 할 일들을 했던 기억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했던 기억일 것이며, 안정을 선택해서 안락을 가졌던 기억이 아니라 도전을 선택해서 성취를 얻었을 때의 기억일 것이다. 30대를 보내고 있는 필자는 아직도 죽기 전에 떠올릴 수 있을 기억을 하루하루 만들려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지방대는 안 된다고 포기하라는 말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나이에 영어공부는 안 하고 무슨 헛짓을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을 때에도 애써 무시하며 공모전을 했다. 사회 초년생 신입사원 생활에 무슨 책까지 쓰려고 하느냐는 우려 속에서도 책을 썼다. 안정적이진 않을지언정 거기에 내 꿈이 있고 내 목표가 있다면 달려갈 수 있는 용기 정도는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서였다. 그 편이 미래의 나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피어나지도 않은 청춘들아, 너희 자신을 알아라. 너희는 생각보다 훨씬 큰 존재들이다. 감히 말하건대, 안정만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는 너희 청춘에 대한 모독이다, 도전하는 일보다 안주하는 일을 먼저 찾으려 하는 것은 너희 미래에 대한 모독이다.

필자는 지금도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만약 그때 그 선택의 순간에 주변 사람들을 보며 주변 사람들이 가던 길을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불안함을 못 이겨 나도 모르게 안정적인 일을 찾고 그 일을 준비해서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 나에게 안정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면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그런 질문들을 던져 본다.

그럴 때마다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남들이 걸어가는 레이스 위를 뛰쳐나올 용기가 그때 있어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했던 그 마음을 지켜낼 다짐이 있어줘서. 청춘들아, 너희는 필자보다도 훨씬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너희의 가능성도 필자보다는 낫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너희 자신을 알아라. 너희를 스스로 한없이 낮추지 마라. 어금니 꽉 깨물고 부닥치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부닥쳐본 필자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제갈현열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공동저자
#청춘#지방대#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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