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김성환]안보리 진출, 글로벌 코리아의 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3시 00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매년 9월이 되면 유엔총회 막후에서는 각국의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진출을 위한 각축전이 벌어진다. 필자도 올해 유엔 총회장에서 40여 개국의 외교장관들을 만나 우리의 안보리 진출 지지를 요청했다. 마땅한 회담 장소가 없어 총회장 주변에 설치된 간이 부스에서 주로 만났고, 총회장에서 조우한 인사들과는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경쟁국 외교장관들과 마주칠 때도 있었는데 서로 웃으면서 정정당당한 경쟁과 선전을 기원했다. 단순히 우리나라를 지지하는 차원을 넘어 여타 회원국에 한국을 지지하도록 권하겠다고 언급한 국가의 장관을 만났을 때는 우리의 높아진 위상에 가슴 벅차기도 했다.

분위기 좋았지만 조마조마

이번 안보리 진출과 관련한 좋은 징조라고 느꼈던 일이 있었다. 선거전의 최전방인 주유엔대표부가 3일 개천절에 개최한 국경일 리셉션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유엔총회 의장, 주요국 대사 등 800여 명의 하객이 대표부 앞에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우리 외교관들이 유엔 안팎에서 보여준 활동과 축적된 네트워크의 결과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했다.

비록 이렇게 유엔 현장 분위기는 긍정적이었으나 국제기구 선거에서 문서 지지의 10%, 구두 지지의 20% 정도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관행도 있었고 경쟁국들이 발표하는 지지 현황도 우리의 계산과 차이가 있어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었다. 우리는 전 재외공관을 통한 전방위적 지지 교섭을 계속했다. 그 결과 2013∼2014년 임기 이사국으로 선출되었다.

노력의 결실이 이루어졌다는 기쁨과 더불어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 우리나라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외교무대의 프리미어리그 격인 안보리에서 우리가 주전선수 역할을 충실히 해내리라는 국제사회의 기대와 성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는 제재 및 무력 사용 등 유엔 전 회원국을 구속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엔 내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한반도 문제에 관해 안보리는 1950년 북한이 남침했을 때 유엔군 파병을 결정했고, 2006년과 2009년에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했으며,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에도 북한에 엄중한 경고를 했다. 안보리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해 책임을 지면서 개별 국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명운이 걸린 사안도 다룬다. 많은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이사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안보리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하나의 명예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기여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량을 보여주고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분쟁, 테러, 대량살상무기, 자연재해, 사이버 안보에 이르기까지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 리더십 발휘 계기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문제도 당사자이자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보리는 북핵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중요한 안보 현안을 논의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추가 핵실험 등 안보리에 회부될 수 있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불과 2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두 번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 2001년 총회 의장국 선출, 2006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출 및 2011년 재선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안보리 진출은 비단 유엔 외교 분야만의 성과가 아니라 우리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글로벌 코리아 실현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안보리 이사국 임기 중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보다 많은 공헌을 하고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안보리 진출#글로벌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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