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하는 이집트가 이슬람과 현대 민주주의의 융합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이라면…. 이제 제정 막바지 단계인 이집트 헌법은 이런 실험의 정점일 것이다.
선거는 종종 치러지지만 헌법 제정은 그렇지 않다. 현재로선 불길한 징조들이 많다. 모두를 포용하고 투명해야 할 그 과정은 20개월 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쫓겨난 순간부터 실패를 향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100인의 제헌의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교체된 인물들이다. 이들을 임명한 의회도 해산됐다. 군부도 이슬람주의자에게 밀려났다. 많은 여성과 콥트교도는 불안에 떠는 유권자 신세로 전락했다.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알두스투르, 즉 헌법으로 불리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 헌법 개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바라크 하야 이후의 혼란에 지친 이집트인은 이런 문제에 주목하기엔 너무 지쳐버렸다.
“이슬람교도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집트를 이슬람 국가로 만들려고 할 뿐만 아니라 아예 칼리프 제도(이슬람 교단 지배자의 통치)를 원하고 있어요.” 인권운동가인 마날 엘티비는 열을 내고 있었다. 지난달 제헌의회에서 뛰쳐나온 그녀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녀의 우려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제68조(종전 제36조)에 집중됐다. 이 조항은 “국가는 남녀 간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다른 분야에서 평등을 확립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취해야 한다. 이는 이슬람 샤리아의 지배와 충돌하지 않는 범주에 한한다.”
마지막 항은 이런 얘기다. “남녀 간의 평등을 인정한다. 인정하지 않을 때를 빼면 말이다.” 이런 조항은 없어져야 한다.
샤리아의 지배는 몸을 꿈틀댈 공간도 주지 않는다. 게다가 “모든 시민의 권리와 의무는 법 앞에 평등하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다른 헌법 조항과도 충돌한다. “국가는 시민의 원칙에 기초하며 모든 시민은 동등한 권리를 향유한다”는 무슬림형제단의 선거공약에도 어긋난다. 남녀 차별적인 상속, 가정폭력을 묵인하는 길을 열어줄 뿐이다.
이집트 휴먼라이츠워치의 헤바 모라예프는 “살라피스트들은 이 조항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세계관은 보수에 기반을 둔 실용주의자인 무슬림형제단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절충의 신호는 분명히 있다. 헌법 초안의 제2조는 “샤리아의 원칙들이 입법의 주요 원천”이라는 1971년 헌법을 반영하고 있다. 제2조에서 제기되는 결정적 문제는 샤리아 ‘원칙’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주체가 ‘누구’냐는 데 있다. 초기 법안은 국가 최고 종교기관이자 교육기관인 알아즈하르의 성직자가 단독으로 맡는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법안에선 알아즈하르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로 바뀌었다.
지난 20개월 동안 이집트는 오락가락했다. 군부를 포함해 어떤 기관도 독단적인 결정을 할 수 없었다. 무슬림형제단과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이집트 남성뿐 아니라 여성을 위한 헌법, 법의 지배와 사법부 독립을 위한 헌법, 차별 금지의 헌법을 만들 수 있다는 타협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무바라크를 축출한 이집트의 세속적인 세력과 이슬람 세력의 통합이 헌법에 반영되지 못한다면 또다시 폭력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무르시는 곤궁에 처한 제헌의회를 다시 세울 권한을 갖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이 상식과 현대적인 가치를 따르지 않는다면 완벽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200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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