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정희 노무현만 있는 듯한 ‘3無 대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민주당 출신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맞붙은 미국 대선의 마지막 3차 TV 토론이 22일 끝났다. 1차는 경제, 3차는 외교안보 문제가 주제였고 2차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두 후보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마다 두 후보는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유권자들은 토론을 지켜보면서 두 후보의 정책을 비교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했다. 미국은 대선 1년 전부터 정당 후보를 확정해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한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대선은 토론, 정책, 검증이 없는 3무(無) 선거나 다름없다. 대선이 50여 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야권 후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가운데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지 고민하기보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지, 이뤄진다면 누가 승자가 될지에 더 관심을 보인다. 세 후보가 올해 8월과 9월에 대선후보로 정해지거나 출마를 선언해 이제 겨우 공약들을 선보이는 단계다. 대선후보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검증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대선이 뒤늦게 시동이 걸린 것도 아쉬운 마당에 대선후보들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과거사 전쟁에 빠져 있다. 야당은 박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사를 꺼내고, 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사를 끌어들여 문 후보를 압박한다. 이번 대선이 ‘박정희와 노무현의 대결’이라는 착각이 들 지경이다. 어제 중앙선관위가 주요 후보들의 10대 공약을 공개했지만 관심 밖이다. 박 전 대통령이 거론될 때는 박 후보, 노 전 대통령이 거론될 때는 문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아래로 출렁해 과거사와 무관한 안 후보만 어부지리(漁父之利)로 득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사 검증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는 것은 곤란하다. 본보는 22일자 사설을 통해 ‘후보들 심층 토론 앞당겨 검증선거로 가자’고 촉구한 바 있다. 후보들의 국정운영 능력과 각자의 정책들을 확실하게 비교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토론이다.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공식 토론회는 12월이나 돼야 가능하다.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고, 그마저도 2시간씩 세 번이어서 충분치 못하다. 대통령 후보 검증이 장관 내정자 검증보다 부실하다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언론매체가 주최하는 토론회는 세 후보가 수락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대선후보들의 토론 참여를 촉구한다.
#사설#대선#박정희#노무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