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양도 가겠다면서 종편 안 가는 건 웃기는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이 ‘평양과 개성은 가겠다면서 종편은 안 간다… 웃기는 일입니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 당내에서 역풍(逆風)을 불렀다. 황 의원은 그제 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의 ‘이언경의 세상만사’ 작가로부터 ‘(민주당) 의원님들께서 종편 채널에 안 나오시는 기류이신 것 같은데, 황 의원님은 꼭 모시고 싶다’는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 마음이 아파 출연을 승낙했다고 썼다. 그러자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인사들은 “민주당은 종편 출연 금지가 당론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 출연이 잦다”며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원외에 있는 인사들도 출연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당론이 있다면 민주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여당의 미디어법 처리를 문제 삼아 지난해 12월 종편이 출범할 때부터 출연을 거부했지만 최근 들어 황 의원을 비롯해 조경태 김영환 이윤석 유승희 우윤근 김춘진 김경협 의원, 김부겸 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채널A에 출연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일각에서 황 의원이 선의에서 쓴 글을 트집 잡아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속이 좁아 보인다. 민주당 소속 출연자들은 종편에 나와 문 후보를 홍보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데 열심이었다. 종편 시청자가 하루 수백만 명에 이르는데 종편을 외면하는 것은 선거 전략의 측면에서도 현명치 못한 일이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에서는 부지런히 종편에 출연하고 있다.

민주당과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때 악명 높았던 ‘편 가르기’ 언론정책으로 회귀하는 느낌을 준다. 매일경제 종편은 빼놓고 동아 조선 중앙의 종편만 출연을 금지하는 것도 부당하다. 문 후보가 후보 수락연설문에서 “지금의 시대정신은 상생과 협력”이라며 “불통과 독선이 아닌 소통과 화합, 공감과 연대의 리더십으로 새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약속과 배치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각 언론사에 ‘선거 보도에서 여야 출연자의 비율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라’며 공정보도 협조 요청을 해오고 있다. 민주당은 나중에 “대선 보도 과정에서 종편에 출연했던 인사들이 특정 정당에 치우쳐 있다”고 트집을 잡으려는가. 민주당이 종편 출연을 계속 거부하는 것은 방송보도의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다.
#민주당#미디어법#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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