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광고가 사라진다면 기업과 기사 거래를 시도하는 유사 인터넷 언론도 사라질까? 한국광고주협회가 이달 18일 사이비 언론의 음해성 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반론보도닷컴’을 개설한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이비 언론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인터넷 신문이 늘어나면서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사 인터넷 언론들은 광고를 많이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심층보도나 탐사보도를 해왔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광고를 하지 않거나 광고 물량이 적은 회사에 대한 기사는 그리 많지 않다. 취재를 했으면 보도하면 그만이지 보도는 하지 않고 이렇게 보도하겠다며 그 내용을 흘리기도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면 곤혹스러워지는 기업에서는 그런 기사를 빼려고 노력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 기업들의 생각이 크게 바뀌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18일 열린 2012 한국광고주대회에서 ‘2012 광고주 선언문’을 발표했다. 유사 인터넷 언론의 음해성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반론을 제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선언문의 핵심은 “기사를 빌미로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는 사이비 언론 매체에 광고 차별화를 통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점이다. 사이비 언론의 음해성 보도에 광고주들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반론보도닷컴까지 개설됐으니 앞으로 사이비 언론 매체와 광고주 사이에 보도와 반론, 그리고 재반론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리라.
언론산업에서 비즈니스 영역과 저널리즘 영역 간에는 늘 갈등이 존재한다. 언론사의 경영이 비즈니스 영역이라면 언론의 논조나 기사 내용은 저널리즘 영역이다. 비즈니스 영역이 저널리즘 영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연구도 많다. 광고주의 요구 사항이 언론의 편집 방향에 영향을 미쳐 편집자에게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자유로운 저널리즘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광고주가 언론의 편집권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특이하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광고주가 유사 인터넷 언론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유사 인터넷 언론에서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기사를 준비하고 보도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광고를 유치하는 경우가 가장 전형적인 사례다. 음해성 보도로 광고주를 압박하는 사례는 유사 인터넷 언론의 광고 거래 관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유사 인터넷 언론의 부실한 재정 상태와 과도한 난립은 광고 강매의 주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유사 인터넷 언론의 광고 강매를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유사 인터넷 언론의 과도한 난립 문제를 조정하고 인터넷 언론사의 등록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사 인터넷 언론의 위법 행위를 법률로 규제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한국광고주협회의 반론보도닷컴은 기업에서 마련한 대응 방안의 하나다. 저널리즘 맥락에서도 다각적인 논의를 거쳐 인터넷 언론의 저널리즘 윤리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인터넷 언론사 기자들은 매출 앞에 붓을 꺾음으로써 결국 도태를 자초할 것이다. 유사 인터넷 언론사 기자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회복함으로써 저널리스트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한 까닭이다.
유사 인터넷 언론에서는 이번 광고주 선언문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대응할 것이다. 그렇지만 언론 스스로의 자율조정 기능이 사라진 상태에서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말할 수 있겠는가. 정치사상가인 존 밀턴은 언론자유의 고전인 ‘아레오파지티카’에서 언론 스스로의 자율조정 기능이 발휘된 이후에야 언론자유도 가능하다고 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자율조정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반론보도닷컴이 필요치 않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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