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마트폰 무대책이 학생 인권 존중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6일 03시 00분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도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145만여 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조사한 결과 66%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45%가 하루 평균 1∼3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하루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학생도 10%나 됐다. 학생 신분임에도 고가(高價)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는 비율이 높고 상당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통한 채팅과 게임에 몰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중독은 컴퓨터 중독보다 양상이 더 심각하고 다양하다. 컴퓨터 시대에는 집이나 PC방에서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시간 장소와 상관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은 0시에서 오전 6시까지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 셧다운제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학생들은 한밤중에도 부모 눈을 피해 게임을 한다. 최근 스마트폰 게임인 ‘애니팡’의 폭발적인 인기에서 알 수 있듯이 스마트폰 중독이 청소년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충동 조절이 잘 안 되며 호기심이 많아 중독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고 중독의 폐해도 크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용도 가운데 채팅 등의 비율이 74%로 1위이고 전화와 문자(67%·복수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팅의 폐해가 게임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얘기다.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 프로그램은 집단 따돌림 등 학교폭력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한밤중에 문자를 보내 바로 답하지 않으면 욕설을 퍼붓는다. 카카오톡을 통해 따돌림을 당하거나 사진이 공개된 청소년이 자살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채팅 프로그램이 학교폭력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의 역기능에 대한 경계심을 길러주도록 사회 각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요금을 통제하고 학교폭력의 조짐은 없는지 내용을 수시로 점검해야 할 책임이 있다. 휴대전화 등 소지품 검사를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청소년들의 채팅과 게임중독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성의를 보여야 한다.
#스마트폰#학생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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