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아이웨이웨이의 ‘말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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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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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도, 옷차림도 범상치 않다. 덥수룩한 수염에 배가 불룩 튀어나온 아저씨가 검정 양복에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나와 신나게 싸이의 말춤을 춘다. 한 손에 수갑을 꺼내 들고 우스꽝스럽게 몸을 흔들어대는 이 남자의 어설픈 춤이 지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차오니마(草泥馬) 스타일’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 있는 패러디 영상의 주인공은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55)다.

▷‘차오니마’는 중국어 욕설과 발음이 비슷해 중국 누리꾼들이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비판하는 은어로 사용한다. 아이웨이웨이는 말춤을 추면서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조롱하고 있다. 그는 설치미술 디자인 등 여러 장르를 함께 다루는 국제 미술계의 스타 작가다. 영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 리뷰’는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가운데 그를 지난해 1위, 올해 3위에 올렸다. 그는 예술작품과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중국의 인권탄압과 언론통제를 비판해 오다가 올해 4월 탈세 혐의로 당국에 체포돼 81일 동안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전 세계 예술가들과 인권운동가들은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퍼포먼스와 시위를 곳곳에서 펼쳤고 그는 저항적 예술가의 상징적 존재로 떠올랐다.

▷그는 ‘새 둥지’ 모양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의 공동 설계자였으나 “자유와 민주가 사라진 사회에서 올림픽 개막식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했다. 2008년 쓰촨 성 대지진 때는 학교 건물 붕괴로 숨진 학생들의 명단을 조사해 세상에 알렸다. 이때 정부의 허술한 대처와 사망자 숫자의 은폐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당국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중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톈안먼 광장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서양식 욕설을 하는 모습이 담긴 그의 사진 작품도 중국 사회에 논란을 불렀다.

▷중국 정부는 그의 블로그를 폐쇄하고 스튜디오를 불도저로 밀어버린 데 이어 올해 27억 원에 달하는 세금폭탄을 그에게 투하했다. 노골적인 탄압은 그의 이름을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베이징 집에서 하루 종일 공안의 감시 속에 살고 있으나 작품값은 치솟고 전시회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압박할수록 그의 국제적 영향력만 커지고 있다. ‘아이웨이웨이 스타일’은 중국 정부한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중국#말춤 아이웨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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