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마주보는 눈을 잃은 내 눈은 뜨고 있어도 뜬 게 아니다. 개미떼가 우글거리는 듯 따끔거리고 어지럽다. 그대의 보드라운 손을 잡을 수 없으니 내 손을 마구 휘두르고만 싶구나. 사랑하는 이여, 왜 내 곁을 떠났나요? 내 가슴에는 아직 사랑의 불이 타오르고 있는데! 대상을 잃은 잉걸불이 그 가슴을 애태워 이렇듯 뜨거운 실연 시가 태어났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가 그토록 사랑하는가?’로 시작되는 시 ‘비행(飛行)’의 시인이기도 한 미겔 에르난데스는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 정치범으로 투옥돼,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감옥에서 죽었다. 슬픈 정열의 시들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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