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보들의 약속, 低성장 악순환 끊을 처방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3% 미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자면 앞으로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한국은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긴 23개 선진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 평균 8년이 걸렸지만 이대로라면 한국은 그 갑절이 소요될 것이라는 경고다.

한국 경제는 올해 3분기(7∼9월)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개 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 성장’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 경기의 침체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과 산업생산, 설비투자가 위축돼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113%에 이르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리면 한국은 ‘폐렴’을 앓는다. 한국 경제의 체질이 바뀌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살아나도 저(低)성장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외국인과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자에 나설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 시계(視界)는 캄캄한데 연말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타령을 늘어놓으며 저성장을 애써 외면한다. ‘창조경제’(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공정경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혁신경제’(무소속 안철수 후보)처럼 뜬구름 잡는 식의 추상적 구호만 쏟아지고 있다.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일으킬 구체적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기 침체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만 탓하고 복지로 ‘있는 떡이나 나누자’고 덤비면 저성장 기조는 굳어지고 3만 달러 시대는 더 멀어질 수 있다.

성장 없이는 복지로 저소득층과 약자를 보듬어 준다는 후보들의 약속은 공수표가 돼 버릴 것이다. 한 집의 가장이 곳간이 비어 가는데도 돈을 벌어 올 궁리는 하지 않고 가족에게 용돈을 올려 주고 겨울 코트를 선물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것과 다름없다. 경제가 제자리를 맴돌면 서민이 가장 먼저 냉기를 느낀다. 자영업자는 생활고에 신음하고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방황하게 된다. 저성장으로 세수가 줄면 복지 지출마저 어렵다. 한정된 파이를 나누기 위한 계층 간 갈등도 분출할 것이다. 후보들은 저성장의 고리를 깨지 않고서는 저소득층과 약자의 질곡을 풀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대선 후보#저성장#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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