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재옥]다른 주유소 기름값까지 내린 알뜰주유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김재옥 소비자 시민의 모임 회장
김재옥 소비자 시민의 모임 회장
올 한 해는 석유 유통시장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 해이다. 관련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실효성에 대한 논란을 두고 언론 국회, 심지어 일반시민들의 대화 속에서까지 끊임없이 언급되었다. 운송유류비가 우리나라 가계 소비지출의 4.7%를 차지해 단일 품목으로는 통신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석유시장에서도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의 원리가 실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란과 관심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알뜰주유소이다. 알뜰주유소는 기존의 유통구조에서 가격을 최대한 절감해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판매하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L당 100원이 저렴한지의 논쟁에만 휘말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알뜰주유소는 유통시장에서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주변 지역 가격을 인하시키는 효과이다. 알뜰주유소 자체 기름값이 L당 100원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알뜰주유소 주변 반경 1km 이내 평균 세 곳 주유소의 가격을 다른 지역보다 L당 40원 정도 내리게 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힘의 균형을 주유소로 조금 이동시킨 효과를 가져왔다. 상식적으로 정유사는 4개이고 주유소가 1만2800여 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유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야 하나 주유소는 경쟁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아닌 정유사가 책정하는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받아야 했다. 그러나 정유 4사가 평화롭게 나누어 가지고 있던 시장에 석유공사, 그리고 농협이라는 가격경쟁력이 있는 새로운 공급원이 등장하면서 적어도 알뜰주유소 주변에 있는 주유소들에는 기존 정유사들이 가격을 인하해 공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경쟁적인 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므로 정유사가 공급하는 가격과 주유소가 요구하는 가격이 서로 충족되는 선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석유공사와 농협이라는 새로운 공급원의 등장은 정유사에 대한 주유소의 가격협상력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들과 같이 구매력(bargaining power)을 가진 공급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

물론 알뜰주유소가 가지는 효과는 크지만 그에 따르는 문제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알뜰주유소에는 시설자금 외상구매 등 금전적인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에 그만큼 신용도 문제는 사전에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가짜석유 등 품질 문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알뜰주유소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유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업자를 선정할 때 경제적 도덕적인 면에서 엄격하게 관리해 소비자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통구조 개선정책이란 지금 눈앞에 원하던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우리나라 석유시장의 유통구조가 투명하고 경쟁적으로 바뀐다면 앞으로 국제유가의 급등 및 급락이라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는 완충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막 시작한 유통구조 정책이 개선작업을 거쳐 우리 시장에 정착되도록 소비자가 믿고 기다려주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김재옥 소비자 시민의 모임 회장
#주유소#기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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