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사 해체 시기가 3년 후(2015년)로 다가오고 있다. 공식적 용어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지만, 실제 내용은 ‘연합사 해체’와 ‘작전지휘권 인수’이다.
연합사는 자주적 투명적인 조직
한미연합사에 대해 일부에서는 마치 작전통제권이 미국에만 주어져 있는 것처럼 호도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미연합사는 평화 시에는 어떤 부대도 지휘할 수 없다. 전쟁 상황에서만 한미 양국이 동시에 지휘권을 갖는다. 그것도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전쟁 위험성에 동의하고 지휘권 행사를 공동 승인(데프콘 3 발령)’할 경우에만 작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설사 양국 대통령이 승인했다 해도 ‘양국 합참의장이 동의하에 지시한 임무’에 대해서만 권한을 수행할 수 있다.
만약의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에도 전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상 전투는 미국군이 아닌 한국군 부사령관이 지휘한다. 공군, 해병대 등은 미군 사령관이 지휘권을 갖는데 이는 미국에서 들어오는 해·공군 전력이 우리의 5∼10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지휘하기 위해서다.
한미연합사는 사실상 국가 간 투명성과 자주성이 가장 철저히 보장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군 작전지휘권도 못 가진 나라” “미군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정하는 나라”라는 감성적인 용어로 국민을 선동하면서 ‘미군 철수 여건을 조성하려는 기도’에 의해서 연합사 해체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북한의 전쟁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시 공격을 격파’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 연합사가 해체되었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도발 억제’나 ‘공격 격파’가 실패했을 경우 미국은 연합사의 한 축으로서 자존심과 책임이 걸려 있다. 그래서 도발 억제 단계부터 미국은 군사령관, 합참, 국방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온갖 힘을 경주하게 된다. 그러나 연합사가 해체되면 실패 책임은 고스란히 한국군과 한국 정부에 귀속될 것이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미국은 ‘유감스러운’ 일 정도로 여기게 될 것이다.
한미연합사는 1979년 창설된 이래 매년 두 차례 전쟁 모의 연습(2월 말 키리졸브, 8월 말 을지FG)을 통해 “이만큼 완벽하게 일체화된 연합군은 동서고금을 통해 어디에도 없었다”는 말을 들을 만큼 ‘무적 고수’의 연합군이 되었다.
그런 연합군이 있을 때에도 북한은 아웅산 테러를 일으켰고 최근에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했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북한이 하는 행동의 폭은 당연히 커질 것으로 보이며 이럴 경우 안보 상황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연합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합당한 처리 방향을 찾는 데 어느 나라가 주된 역할을 해야 할까? 연합사 존속 문제를 미국이 먼저 거론할까? 아니면 우리가 먼저 거론하는 것이 옳은 걸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미국에서 열린 44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니 연합사’를 만들기로 한 것은 연합작전 체제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연합사 해체에 따른 우려와 전작권 전환의 불가피성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동북아 급변사태도 대비해야
북한의 위협도 억제해야 하지만, 북한의 급변사태와 그 후 남북과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이 엮이는 대혼란을 대비하려는 배려도 깔려 있다고 평가된다. 그렇다. 우리는 이 계기를 지혜롭게 수용하면서 장래의 소용돌이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연합사 존속 조치에는 비용도 제법 들 것이다. 그러나 대혼란으로 입을 손실에 비할 수 있겠는가? 연합사의 존속이 보장할 부드러운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고 다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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