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어제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얼마 전 새누리당 일각에서 내놓은 10조200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비판하면서 “지금의 경제침체 상황하에서는 수출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내수가 늘어나지 않는 데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에 누적돼온 경제 체제와 체질의 문제를 바꿀 장기적 통합적 융합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은 원론적인 말에 가깝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은 중장기적 목표이지, 당장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과 내수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차기 정부가 집권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경제난 극복이다. 그런데도 안 후보는 위기 탈출을 위한 각론은 제시하지 않고 ‘근본적 처방’ 운운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단기 부양책을 비판하면서 장기 해법만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 후보가 내세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통합적 융합적 해법’이라는 것도 모호하다. 통합과 융합이라는 말은 학생을 상대로 하는 학교 강단에서나 정치적인 수사(修辭)로는 매력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국민을 납득시킬 경제 정책으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 그는 경제 체질을 바꾸는 방법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외에 ‘혁신 경제’를 제시하면서 “전반적으로 기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면 정치권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치 쇄신을 사회 체제와 경제 체질의 개선으로까지 연결한 것이지만 지나친 이상론으로 들린다.
안 후보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을 등에 업고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랐다.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대선판에 뛰어들었다면 정치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가 구체적 처방까지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출마를 선언한 지 두 달이 넘고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많은 분야에서 각론보다는 총론을 제시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라면 평론가 수준을 넘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실현 가능한 방안을 내놓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