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성애]장애 유아 의무교육 외면하는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1일 03시 00분


김성애 전국 유아특수교육과 협의회 회장 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
김성애 전국 유아특수교육과 협의회 회장 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
올해는 2007년 발표된 특수교육 대상자 유치원과정 의무교육이 완전히 정착돼야 하는 해다. 그런데 최근 2013년 공립 특수학교 유치원 교원(유아특수교사) 선발 예정 인원 발표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특수교육 관련 채용 인원이 202명으로 정해졌는데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다. 더욱이 유아특수교사 선발 예정 인원은 4명(1.98%)뿐이다. 막막하기만 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장특법)’에 따르면 만 3∼5세 장애 유아는 의무교육 대상자이며 장애 유아 4명당 교사 1명이 필요하다. 2012년 10월 현재 파악된 장애 유아의 인원을 고려할 때 유아특수교사는 약 2000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나라는 2000명이 아니라 단 4명의 교사를 선발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장애 유아들을 공교육에서 완전히 제외시키려는 속셈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번 유아특수교사 채용 예정 인원이 4명에 불과한 이유를 국공립 유아특수학교 등의 의무교육 시스템에 지원하는 장애 유아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 의무교육을 받는 장애 유아는 전체 장애 유아의 3분의 1 정도다.

장애 유아가 의무교육을 받아야 함에도 국가가 이를 장애 유아 가정에 충분히 홍보하지도 않고, 취학통지서를 보내는 등 의무교육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다. 많은 의무교육 대상 장애 유아가 받아야 할 교육을 받지 못해 현재와 미래의 삶이 짓밟히도록 방치되는 것이다. 더욱이 유아특수교사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은 탓에 의무교육을 받는 장애 유아의 40% 정도는 유아특수교사가 아니라 일반 교사에게서 교육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가 공교육 체제 안에 있는 장애 유아들의 교육 지원마저도 불성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조기 교육은 생명이다. 장애 유아들이 받는 교육은 ‘할 수 없다’는 의식에서 벗어나게 하며, 위엄과 가치를 가진 인간다움을 발휘하도록 가능성과 에너지를 부여한다. 장애 유아가 받아야 하는 집중적·전문적인 교육은 단순한 학습 차원이 아닌, 정부가 강조하는 ‘장애인의 원활한 사회 적응’에 대한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다. 그런데 정부가 장애 유아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면서 장애 유아를 의무교육 대상자로 규정해 놓고도, 정작 의무교육을 활성화하는 일은 등한히 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 유아 의무교육 대상자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공교육 시스템에 끌어들이고, 교육 현장에서 장애 유아 의무교육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법으로는 의무교육 실시를 규정해 놓고, 대상자를 교육권 밖으로 매몰차게 밀어 내는 이 나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정부가 장애 유아를 위한 공교육 제공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유아의 발달과 성장 가능성은 빠른 속도로 피폐해질 것이다. 한 인간의 성장 가능성이 기초부터 내려앉고,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삶을 영위할 기회가 박탈될 것이다.

국회 또한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의무교육 관련법을 희망차게 통과시켰지만 제대로 실시되는지 확인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법을 제정했으면 실행 과정을 감독해야 마땅한데,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이 허공에 떠도는 비눗방울이 되는지도 모르고 있으니 그들이 이 나라 정책을 논하고 국정감사를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장애 유아의 발달 가능성을 인정하는 나라, 장애인이 소양을 마음껏 펼치도록 하는 나라, 장애인이 존재 가치가 존중되는 나라, 그러기에 장애 유아의 의무교육이 생동하는 나라, 그런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여야 할 것이다.

김성애 전국 유아특수교육과 협의회 회장 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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