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홍수에 시달리는 나라 정도로 알려진 방글라데시가 대양을 항해하는 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 조선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14세기 이슬람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현재 방글라데시가 위치한 벵골 지방에 왔다가 이곳에서 만든 목선을 타고 돌아갔다고 한다. 무굴 제국 때는 벵골 지방이 각종 선박의 일급 생산지로 주목받았고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나폴레옹의 연합함대와 맞선 영국 해군은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제작된 배도 투입했다.
이후 방글라데시 조선업은 명맥만 유지해 왔지만 최근 세계시장에서 방글라데시는 신흥 조선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8년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조선업계에서도 비용 절감이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인구 1억6000만 명의 방글라데시는 조선에 필요한 노동력이 풍부하며 임금도 아시아 최저 수준이다.
최근 발간된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는 120여 개의 조선소가 있고 인력은 25만 명(숙련공 10만, 비숙련공 15만)에 달한다. 과거에는 주로 내수용 선박을 건조했지만 2008년부터는 대양을 오가는 외항선까지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조선업을 이 나라 최대 산업인 의류를 잇는 제2의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출시 현금 인센티브 제공, 무관세 원자재 수입, 저금리 자금 제공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조선 전용 경제특구를 조성하고 12년간 세금 환급 혜택을 주는 정책도 추진해 2015년까지 선박 수출을 20억 달러로 늘린다는 목표다.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을 비롯해 모잠비크, 파키스탄, 중동 국가 등도 방글라데시 선박을 주문하고 있다. 2012년 7월 기준 방글라데시의 해외 선박 수주 물량은 약 3억8000만 달러다. 주요 조선국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까다로운 유럽 회사들이 주문하고 있다는 사실은 선박의 품질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직 조선 강국들과 직접 경쟁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방글라데시는 2만5000t급 이하 중소형 선박에 집중하는 틈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수로를 통한 화물 수송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선박에 대한 수요도 많은 편이다. 예컨대 방글라데시에서 수입하는 정유 제품의 90%는 수로를 통해 배로 수송된다.
여전히 불확실한 세계경기와 저비용 선박 선호 추세, 방글라데시 업계의 기술과 노하우 축적 등을 감안하면 방글라데시 조선의 잠재력은 크다. 우리 조선업계도 방글라데시 조선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고 개발해야 한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선박 부품, 엔진, 원자재, 조선 기자재 등을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은 여기서 수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신규 조선소 건설, 운영 노하우 등 기술제휴도 가능하다. 단독 또는 현지 유력 업체와 합작해 현지에 조선소를 설립하고 제삼국 시장으로 수출하거나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단, 조선 산업은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아직 취약하다. 직접투자 진출을 고려할 경우 용지 확보가 쉽지 않다. 지원 산업이 열악하고 사업 파트너와의 분쟁 해결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는 만큼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한 진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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