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朴 후보의 여성性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처럼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스웨덴 크리스티나 여왕은 여자이지만 평생 남자의 정신으로 산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그는 “내가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그들이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여성성(femininity)은 찬미보다는 비하의 대상이었다. 근대 프랑스에서 살롱문화를 이끌었던 마담 드 스탈은 “남자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뻐합니다. 만약 남자로 태어났으면 여자와 결혼하게 됐을 거니까요”라고 말했다.

▷여성성은 여성으로서의 ‘특질 또는 자아인식’을 뜻한다. 부드럽고 평화적인 태도, 수평적인 사고, 관계 지향적 리더십, 소통과 화합 능력이 여성적 특질로 꼽히고, 출산과 육아를 담당한다는 점에서는 모성적(母性的) 관점을 포함한다. 남성성이라고 하면 공격적 적극적 태도, 수직적 사고, 목표 지향적 리더십, 강한 추진력이 꼽힌다. 두 가지 특질은 어느 쪽이 우위일 수 없고 모두 필요한 품성이지만 지금까지는 남성 지도자가 주류였다.

▷3W(Woman, World, Web)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성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정치리더십도 예외가 아니어서 숱한 여성지도자가 배출되고 있다. 유럽을 쥐락펴락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 세계 외교를 주무르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빨치산 출신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대다수 여성지도자가 여성성 때문에 선택된 게 아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보수당의 유일한 남자’로 불렸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였던 골다 메이어는 페미니스트를 향해 “브래지어나 태우는 것들”이라며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여성성은 지도자의 중요한 품성이 될 수 있다. 여성적인 지도자는 육아와 교육을 비롯한 여성의 주된 관심사에 좋은 정책을 이끌어낼 수 있고 소통에도 강점을 지닌다. 여성성은 여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자도 여성성을 지닐 수 있다. 이재오 국회의원이 “여성대통령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을 때는 안보 취약성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대처 전 총리를 보더라도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이다. 야당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여성성이 없다”고 공격했다. 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 남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가 여성들의 반대로 내린 게 얼마 전인데….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박근혜 후보#여성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