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혼자 싼 보따리처럼’…. 어쩌면 이렇게 표현했을까! 견습 수녀의 수도원에 들기 전 마음 한 자리를 엿보게 하는 한편, 깡마른 나뭇가지에 해쓱하게 얹힌 목련 꽃이 선연히 떠오른다.
‘꽃이 다 그늘인 시절.’ 젊음이 다 그늘인 어떤 인생. 봄기운으로 생동하는 속세의 기척에 수도원 담장 안 오후의 햇살이 세상 끝인 양 아득해진다. 아득하면 깊으리. 울림이 깊은 이 시처럼, 시 속의 견습 수녀도, 그리고 젊어 본 적 없이 나이 든, 봄여름 없이 훌쩍 가을인 사람들도 그 삶이 더욱 깊으리라.
댓글 0